[에콜로지코리아=이거룩 기자] 온라인 쇼핑이 전체 유통 시장의 절반을 넘어 60%를 향해 달려가는 시대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흥미로운 분석 결과가 나왔다. 온라인이 커지면 오프라인은 무조건 망할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업태의 '거리'와 '접근성'에 따라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KDI 이공 연구위원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유통 시장의 현주소와 향후 전망을 짚어본다.

KDI가 2020년부터 2024년까지의 신한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역 내 1인당 온라인 지출이 1% 증가할 때 오프라인 전체 매출은 오히려 0.18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쇼핑이 소비 전반을 자극하는 효과가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오프라인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온라인 지출이 1% 늘어날 때 대형마트 매출은 0.264% 감소했다.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이동 비용 탓에 범용적 수요가 빠르게 온라인으로 대체된 결과이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진입이 단순한 개별 기업의 경영 실패가 아닌, 업태 전반의 구조적 위기임을 증명한다.
반면 편의점(+0.324%), 기타 전문유통업(+0.356%), 기업형 슈퍼마켓(SSM, +0.221%)은 매출이 일제히 증가했다. 온라인이 대체하기 어려운 '즉시 구매'나 '신선식품 직접 확인' 수요를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동네 상권이 흡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국 편의점 점포 수는 이 기간 27.6%나 급증했다.
앞으로 유통 시장은 '더 가깝고, 더 빠른' 초근거리 물류 전쟁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대형마트는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도심형 물류센터(MFC)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매장 공간을 줄이는 대신 신선식품 배송 거점으로 활용해 쿠팡 등 이커머스 공습에 맞설 것이다. 편의점과 SSM 역시 15~30분 내 배송하는 '퀵커머스'와 결합해 골목길 물류의 모세혈관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에 멈춰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 등)에 대한 개정 요구가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대형마트의 손발만 묶고 온라인 플랫폼은 규제하지 않는 '형평성 논란'이 데이터로 증명된 만큼, 의무휴업일에도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등 규제 완화 움직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적대적 공멸 관계가 아니라, 소비자의 '시간과 공간'을 나눠 갖는 보완 관계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의 유통 정책은 '대형마트 규제 = 골목상권 상생'이라는 낡은 이분법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대형마트가 멈춘 날 소비자들이 향한 곳은 전통시장이 아니라 쿠팡과 네이버였다. 정작 시장에서 살아남은 것은 정부가 보호하려던 곳이 아니라,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트렌드를 맞춘 편의점과 SSM이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형마트의 발목을 잡는 규제가 아니다. 변화한 유통 환경에 맞게 온·오프라인의 규제 형평성을 맞추고, 소외될 수 있는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이 디지털 전환(DX)과 퀵커머스 생태계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유연한 지원책을 펼치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