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자들, 튀르키예에서 고대 여성 주도 사회 발견

9,000년 전 도시를 묶은 건 ‘어머니의 핏줄’이었다 - 차탈회위크의 반전

튀르키예 차탈회위크 유골 DNA의 증언 - 집집마다 모계로 이어진 가족, 딸에게 더 후한 부장품까지

인류 최초의 도시는 여성 중심이었다 - 131구의 뼈가 남긴 증언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9천 년 전, 한 도시의 가족은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를 중심으로 묶여 있었다. 그리고 그 도시에서는 사내아이보다 계집아이의 무덤에 더 많은 선물이 놓였다. 전쟁과 봉쇄의 소식이 중동을 뒤덮은 와중에, 같은 땅 아나톨리아의 흙 속에서 전혀 다른 결의 이야기가 솟아올랐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도시 가운데 하나가, 실은 어머니의 핏줄로 짜인 사회였다는 증언이다. 흙에 묻혔던 뼈들이 마침내 입을 연 셈이다.

 

무대는 튀르키예 중부 콘야(Konya) 인근의 차탈회위크(Çatalhöyük)다. 기원전 7100년 무렵부터 천 년 넘게 사람이 살았던 이 신석기 정착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인류 최초의 '원 도시'로 꼽힌다. 진흙 벽돌집들이 벽을 맞대고 빽빽이 붙어 있어 거리도 광장도 없었고, 사람들은 지붕에 뚫린 구멍으로 집을 드나들었다. 무엇보다 독특한 점은 죽은 이를 집 바닥 아래 묻었다는 것이다. 산 자의 발밑에 조상이 잠든 셈이다. 사실 이 도시가 여성 중심이었으리라는 짐작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영국 고고학자 제임스 멜라트가 1960년대에 출토된 여신상들을 근거로 모권 사회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해석이었다. 이번에 연구진은 해석이 아닌 증거, 곧 바닥 아래 잠든 뼈에서 직접 유전자를 길어 올렸다.

 

이 연구는 학술지 사이언스에 「신석기 차탈회위크의 여성 계보와 변화하는 친족 구조」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앙카라 중동공과대학교(METU)의 유전학자 에렌 윈쥐와 메흐메트 소멜이 이끌고, 독일 본 대학교의 에바 로젠슈톡, 호주 울런공대학교의 엘리네 스홋스만스 등 튀르키예·덴마크·스웨덴·미국 연구진이 손을 보탰다. 

 

무려 12년에 걸친 끈질긴 작업의 결실이다. 연구진은 약 400구에 이르는 유골을 분석했고, 그 가운데 131구에서 고대 DNA를 해독했다. 결과는 한 방향을 가리켰다. 같은 집에 묻힌 사람들은 세대를 건너뛰어도 주로 어머니 쪽으로 이어져 있었다. 혼인하면 남편이 아내의 집으로 들어가 사는 '모거제'의 그림이다. 부계 중심이 당연시되던 신석기 유럽의 통념을, 이 도시가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가장 가슴을 울리는 대목은 어린 무덤에 있다. 유골만으로는 사춘기 이전 아이의 성별을 알 수 없으나, DNA는 그 비밀을 풀어 주었다. 그 결과 여자 아기와 여자아이의 무덤에 남자아이보다 더 많은 부장품이 놓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어른 여성 역시 더 풍성한 껴묻거리와 함께 묻혀, 사회에서 높은 자리를 누렸음을 짐작게 한다. 

 

다만 이 도시는 고정된 핏줄의 공동체만은 아니었다. 윈쥐는 세대를 거치며 가족의 구성이 극적으로 바뀌었다고 전한다. 입양이나 위탁으로 보이는 흔적이 늘어 혈연이 아닌 식구가 한 지붕 아래 모이기도 했으나, 그 변화 속에서도 모계의 끈만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신중하다. 이들은 이 사회를 단정적인 '모권제'가 아니라 '여성 중심'이라 부른다. 소멜은 신석기 유럽에서 흔하던 남성 중심 관행이 결코 보편적이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고 했고, 스홋스만스는 모든 사회가 부계라는 서구적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짚었다.

 

역사는 흔히 칼과 왕의 이름으로 쓰였다. 그러나 차탈회위크의 흙은 다른 문장을 들려준다. 9천 년 전 어느 도시에서는, 한 어머니의 핏줄이 집과 집을 잇고 세대와 세대를 묶는 보이지 않는 기둥이었다는 이야기다. 딸에게 더 후한 선물을 안기던 그 손길은, 권력의 무게보다 돌봄의 온기로 공동체를 지탱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인류의 시작을 떠올릴 때 으레 그려 온 그림이, 실은 절반의 진실에 불과했을 수 있다는 깨달음이다. 무너진 도시의 폐허 속에서도 끝내 살아남아 우리에게 말을 거는 것은, 다름 아닌 한 어머니의 이름이다. 가장 오래된 도시가 남긴 이 조용한 반전 앞에서, 우리는 인류의 기원을 다시 묻게 된다.

작성 2026.06.13 01:09 수정 2026.06.13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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