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cus 기획] 교실 속 AI, 누가 했는가…허용과 검증의 균형을 고민할 때

AI 허용은 규제 완화가 아닌 과제 설계 재정비의 신호

AI 시대 교육, 결과물보다 설계와 확인의 문제로 이동

질문, 과정, 설명 가능성에서 드러나는 과제의 질

 

교실 속 AI, 누가 했는가…허용과 검증의 균형을 고민할 때
AI를 써도 된다고 허용하는 순간, 교사 앞에는 더 어려운 문제가 놓인다. 학생이 어디까지 스스로 생각했는지를 어떻게 확인하느냐다. 완성도 높은 과제일수록 오히려 학생의 판단과 사고는 가려지기 쉽다. 

 

교육부가 전국 시·도교육청과 함께 수행평가 시 AI 활용 관리 방안을 확정하고 2026학년도부터 전국 중·고교에 적용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 방안은 허용한 뒤 학생의 학습이 실제로 확인되도록 평가 구조를 어떻게 다시 짜야 하는지, 허용과 검증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 묻는 신호로 읽는 편이 더 적절하다.
 

<Genuine Thought> Prompted by The Imaginary Pocus, Generated by Gemini

 

수행평가 AI 활용 기준, 다섯 가지 원칙이 말하는 것
이번 관리 방안은 다섯 가지 원칙으로 구성된다. AI 활용 범위 설정, 활용 과정 표기, 학생 유의사항 안내 및 사전교육, 평가 설계 방향, 개인정보 보호다. 이 중 현장 변화를 가장 직접 요구하는 것은 활용 과정 표기와 평가 설계 방향이다. 

 

활용 과정 표기는 AI를 사용한 경우 어떤 도구를 썼는지, 어떤 질문을 입력했는지, 결과에 어떻게 반영했는지를 학생이 직접 기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AI가 생성한 글이나 이미지를 자신의 창작물로 그대로 제출하는 행위는 부정행위로 규정했다. 

 

평가 설계에서는 집에서 해오는 과제 제출보다 교사가 수업 중 학생의 수행 과정을 직접 관찰하는 실시간 활동 중심 평가를 확대하도록 방향을 제시했다. 

 

이번 기준이 나오기 전까지 현장에는 통일된 판단 기준이 부족했고, 생성형 AI를 이용해 수행평가 답안을 그대로 제출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어디까지를 학생 본인의 수행으로 볼지 혼선이 이어졌다.

 

AI 허용은 규제 완화가 아닌 과제 설계 재정비의 신호
이 방안의 핵심은 AI 사용 여부가 아니라, 허용한 이후에도 학생의 학습이 실제로 남도록 과제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있다. AI를 허용하는 순간, 학교는 결과물 중심 평가에서 과제 설계 중심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료조사나 개요 정리는 AI가 보조할 수 있다. 그러나 완성된 과제물만 보면 학생이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어떤 근거로 결론에 이르렀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필요한 질문은 AI가 대신하기 어려운 과제는 어떤 구조여야 하는가다. 

 

과제 안에 구술 설명을 넣으면 학생이 내용을 실제로 이해했는지 그 자리에서 확인된다. 수정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게 하면 어느 단계에서 학생이 스스로 판단했는지 흔적이 남는다. 개인 경험을 연결하도록 요구하면 AI가 채우기 어려운 영역이 생긴다. 

이런 장치를 갖춘 과제에서 AI는 학습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학습을 돕는 도구가 된다. 대학도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대학 AI 활용 윤리 가이드라인 시안을 공개하고, 오프라인 시험 권장과 AI 사용 사실 공개, 개인 경험과 성찰을 요구하는 문항 설계 등을 담은 방향을 제시했다. 고교 수행평가와 대학 과제가 같은 구조적 방향을 공유하는 셈이다.

 

AI 활용 격차가 학습 격차로 번지지 않으려면
과제 구조가 정교하지 않으면 새로운 불평등이 생길 수 있다. AI 도구 활용에 익숙한 학생은 빠르고 완성도 높은 과제를 낼 수 있지만, 그것이 실제 학습으로 이어졌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기술 접근 환경의 차이가 학습 결과의 차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OECD의 디지털 교육 전망 2026은 생성형 AI의 교육적 활용 가능성을 평가하면서, 이러한 형평성 문제를 함께 짚고 있다. 

 

학부모도 이 흐름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자녀가 AI를 썼는지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학교가 어떤 기준으로 과제를 구성하고 그 과정에서 학생의 이해와 판단을 어떻게 확인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중요하다. 잘 구성된 과제는 학습을 남기지만, 허술한 과제는 AI 활용 능력 자체를 또 다른 격차의 변수로 만들 수 있다.

 

질문, 과정, 설명 가능성에서 과제의 질이 갈린다
AI 시대 교육이 마주한 핵심은 기술 관리가 아니다. 좋은 과제는 AI가 대신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담고,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거나 쓰면서 수정한 흔적이 남도록 만들어진다. 

 

교사의 역할은 거기서 달라진다. 채점에 머무르지 않고, 학생의 사고가 실제로 확인되도록 평가를 설계하고 확인하는 역할이 넓어진다. 학생 역시 완성도 높은 과제를 내는 것만큼, 질문을 정리하고 근거를 설명하는 능력을 쌓아야 하는 시점에 있다. 

 

이 변화는 기술을 두려워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술을 쓸수록 학생의 사고가 더 잘 보이도록 평가의 기준을 더 분명하게 세워야 한다는 요구다.

 

[전문 용어 사전]
▪️수행평가: 시험지 대신 발표, 보고서, 실험, 토론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의 학습 과정과 역량을 평가하는 방식. 결과물뿐 아니라 과정도 평가 대상에 포함된다.

 

▪️실시간 활동 중심 평가: 교사가 수업 중 학생의 수행 과정을 직접 관찰하며 진행하는 평가 방식. 사후 제출 방식과 달리 학생 본인의 역량을 그 자리에서 확인한다.

 

▪️할루시네이션: AI가 사실과 다른 정보를 그럴듯하게 생성하는 현상. AI 결과물을 비판 없이 수용하면 잘못된 내용을 사실로 받아들일 위험이 있다.

 

▪️AI 활용 과정 표기: 수행평가에서 AI를 사용한 경우 어떤 도구를 썼는지, 어떤 질문을 입력했는지, 결과에 어떻게 반영했는지를 학생이 직접 기재하도록 하는 교육부의 방침.

 


 

작성 2026.06.10 00:34 수정 2026.06.10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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