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cus 기획] 전국장애학생 e페스티벌 예선 개막, AI가 뒤집은 평가의 문법

17개 시도 11만 특수교육, AI 정보활용 능력 첫 평가 돌입

부정행위 도구로 의심받던 AI, 시각장애 학생 소통 창구로

직접 수행에서 도구 활용으로, 미래 교육 평가의 진화


'장애학생 e페스티벌' AI 종목 첫 도입… '접근성 보조 도구'로의 전환
올해로 2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2026 전국 장애학생 e 페스티벌'이 지난 5월 27일부터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예선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특수교육원과 한국콘텐츠진흥원, 넷마블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며 다가오는 9월 강원도 홍천에서 본선을 치르는 이번 대회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정보경진대회 부문에 '디지털 기초 소양'과 'AI 정보 활용 능력' 두 가지 종목이 시범적으로 신설되었다는 점이다.

 

일반 교육 현장에서 종종 부정행위 수단으로 의심받는 인공지능(AI)이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물리적 한계를 딛고 상상력을 세상에 꺼내놓도록 돕는 필수적인 '접근성 보조 도구'로 작동한다.

 

이는 미래 교육의 평가 기준이 맨몸으로 과제를 해내는 전통적인 '직접 수행 능력'에서, 기계를 목적에 맞게 부리는 '활용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6 전국 장애학생 e페스티벌 포스터 = 콘진원


디지털 기초 소양과 AI 정보 활용 능력의 구체적 진화
이번 대회에 신설된 두 종목 중 'AI 정보 활용 능력' 종목은 시각장애(맹)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되었다.

과거의 대회가 한글 타자나 스마트 검색 등 정해진 특정 기능의 숙련도를 반복 측정하는 데 머물렀다면, 이번 시범 종목은 인공지능 기술 자체를 다루는 능력을 정식 평가 영역으로 포함했다.

 

이는 기술이 일상화된 디지털 전환 시대에 장애 학생들의 정보 접근 및 표현 방식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뚜렷한 현상이다.

 

한계를 넘어서는 접근성 보조 도구로서의 기술
이러한 종목 신설의 배경에는 늘어나는 특수 교육 수요와 디지털 환경의 물리적 장벽이 자리 잡고 있다. 전국의 특수교육 대상 장애 학생 수는 2024년 기준 11만 5610명으로 20년 전보다 2.1배 늘어났다.

 

특수학급 역시 2011년에 비해 꾸준히 증가하여 2025년 기준 1만 4658학급에 이른다. 양적인 성장은 이루어졌지만, 시각 장애 학생들은 화면 중심의 복잡한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를 얻고 활용하는 데 여전히 제약을 겪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공지능은 단순한 업무 효율 도구를 넘어선다. 시각장애 학생에게 인공지능은 시각 정보를 음성이나 점자로 변환해 주고,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결과물로 표현하도록 돕는 강력한 접근성 보조 도구다.

 

일반 학생들에게는 과제를 쉽게 끝내는 편법으로 여겨질 수 있는 기술이, 장애 학생들에게는 비장애인 학생과 대등하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필수적인 발판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직접 수행에서 도구 활용으로, 공정성 기준의 재설정
AI 정보 활용 능력 종목의 등장은 교실 내 평가 기준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한다. 기존 교육 시스템은 학생이 도구의 도움을 배제하고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완성하는 능력을 공정성의 핵심으로 삼았다.

 

그러나 기술이 일상화된 환경에서는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를 목적에 맞게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역량 자체가 중요해진다.

이 시범 종목의 구체적인 평가 방식이 완전히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단순히 기계가 대신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니라 도구를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 자체를 살피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아가 장애학생 교육에서 확인된 보조 도구로서의 AI 활용 방식은 특수교육에만 머물지 않고 향후 일반 교육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인간이 기계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기계를 부리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통제보다 정교한 활용 기준 설계의 필요성
결국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기술 도입을 맹목적으로 허용하거나 금지하는 이분법적 논쟁이 아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주도성을 잃지 않으려면, 교사의 역할 역시 단순한 '도구 통제'에서 학습 맥락에 맞는 '활용 설계'로 변모해야 한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기준으로 기술 활용을 허용할 것인지 정교하게 설계하는 교육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범 종목으로 운영되는 이번 대회는 그 기준을 살피는 중요한 무대다. 신체적 접근성이 제한된 특수교육 현장에서 관찰된 긍정적 기능은, 기술의 진정한 의미가 사용되는 맥락에 따라 달라짐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검증된 기술 활용과 평가의 기준이 앞으로 다가올 교육 현장 전체가 나아가야 할 유의미한 척도가 될 수 있다.


<2026 전국 장애학생 e 페스티벌 안내>
■ 행사 주제 "인공지능(AI)으로 여는 세상 e, 무한한 가능성 e"

■ 주최 및 후원
공동 주최: 국립특수교육원, 한국콘텐츠진흥원, 넷마블문화재단
후원: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 주요 일정 및 장소
지역 예선: 2026년 5월 27일(수) ~ 7월 10일(금) /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본선 및 결선: 2026년 9월 8일(화) ~ 9월 9일(수) / 강원도 홍천 소노캄 비발디파크


■ 대회 운영 부문
정보경진대회: 'AI 정보 활용 능력(시각장애 맹)', '디지털 기초 소양(지체장애 초중고)' 시범 종목 포함 총 18개 종목 운영
e스포츠대회: 닌텐도 스위치 저스트 댄스(시범), 정식 종목 승격된 FC 온라인 포함 총 11개 종목 운영

[전문 용어 사전]
▪️접근성 보조 도구: 신체적, 인지적 제약이 있는 사용자가 정보 통신 기기나 디지털 환경에 원활하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뜻한다.

 

▪️시각장애(맹): 시력이 전혀 없거나 빛만 겨우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각적 기능이 극도로 제한되어, 시각 대신 점자나 음성 등 대체 수단에 의존하여 생활해야 하는 장애 상태를 말한다.

 

▪️직접 수행 능력: 도구의 도움을 최소화하고, 학생 스스로의 지식과 신체적 능력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의 전 과정을 직접 완성해 내는 전통적인 평가 기준이다.

 

▪️공정성 기준: 평가나 경쟁 과정에서 모든 참여자에게 동등한 기회와 조건이 주어졌는지를 판단하는 잣대이며, 도구 활용이 보편화됨에 따라 새로운 재정의가 논의되고 있다.

 

작성 2026.06.04 08:17 수정 2026.06.0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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