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아사드 없는 시리아에 군화 자국을 다시 새기다

상트페테르부르크→타르투스 7,000㎞ 항로… 위성이 잡아낸 1년 반 만의 첫 대규모 보급 작전

WSJ 위성이 잡은 '스파르타호' — 아사드 몰락 1년 반 만의 첫 대규모 군사 보급

당근과 채찍의 외교 — 알샤라 새 정부가 모스크바를 내칠 수 없는 진짜 이유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있는 러시아 화물선 '스파르타'호의 비밀 항해다. 2026년 6월 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위성 영상과 미국 관계자 증언을 토대로 폭로한 이 작전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1년 반 만에 모스크바가 시리아에 다시 새긴 가장 분명한 군화 자국이다. 아사드는 사라졌으나 러시아의 깃발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중해 동안의 작은 항구 타르투스 위에 떠 있는 그 깃발 한 폭이, 지금 중동의 지정학적 균형추를 통째로 흔들고 있다.

 

무너진 왕좌 위에 남은 깃대

 

이야기의 출발점은 2024년 12월 8일이다. 그날 이슬람주의 반군 세력이 다마스쿠스에 입성하면서 24년에 걸친 알아사드 부자(父子) 체제가 무너졌다. 모스크바는 곧바로 비상 철수 작전에 들어갔다. 2025년 1월, 스파르타호와 스파르타Ⅱ호가 시리아 북동부 카미실리 기지의 장비를 싣고 타르투스에서 출항하는 모습이 위성에 포착됐다. 한때 시리아 전역에 수십 개의 거점을 운영하던 러시아군이 두 곳, 타르투스 해군기지와 라타키아 도(道)의 흐메이밈 공군기지로 짐을 옮기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모스크바는 단순한 철수에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푸틴 대통령은 2026년 1월 시리아 새 정부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두 기지의 미래를 논의했다. 같은 해 4월 1일 시리아 신임 대통령 아흐마드 알샤라는 런던에서 "예전 러시아 기지들은 시리아군 훈련 시설로 전환할 예정이며, 현재 운영 중인 러시아 시설은 타르투스와 흐메이밈 단 두 곳뿐"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그 두 곳은 결코 작은 자투리가 아니었다. 흐메이밈은 모스크바가 아프리카·중동 전역의 작전을 지탱해 온 글로벌 물류망의 핵심 결절점이며, 타르투스는 러시아 해군이 지중해에서 유지하는 유일한 보급 기지였다.

 

트랜스폰더가 꺼진 7,000km

 

본격적 신호탄은 2026년 3월이었다. 그달 상트페테르부르크 항을 떠난 스파르타호의 정체는 절대 평범하지 않다. 이 화물선은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제재 명단에 올라와 있고, 소유주 SC South LLC와 모회사 Oboronlogistics LLC는 러시아 국방부의 물류를 전담하는 위장 회사다. 한때 우크라이나 곡물 약탈 운송에도 동원된 것으로 알려진 선박이기도 하다.

 

스파르타호의 항해는 한 편의 첩보 영화와 같았다. 호위 함정으로는 러시아 북해함대의 최신예 호위함 '함대 제독 카사토노프'와 또 한 척의 군함이 동행했고, 타르투스에서는 코르벳함 '스토이키'가 미리 출항해 안전 통로를 확보했다.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한 직후, 호송 선단의 모든 선박은 자동 식별 시스템(AIS) 트랜스폰더를 동시에 꺼버렸다. 최소 두 척은 마치 발트해에 있는 듯한 허위 위치 데이터를 송출했다. 그렇게 약 7,000km의 어둠 속 항해 끝에 스파르타호는 2026년 5월 11일 타르투스항에 닻을 내렸다.

 

OSINT 분석 그룹 인사이더지오·소나로·지오인사이더가 미국 위성 기업 밴토르와 플래닛랩스의 영상을 분석한 결과, 스파르타호에서 하역된 군사 장비는 곧장 흐메이밈 공군기지로 옮겨졌다. 미국 관리들은 이를 두고,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러시아가 시도한 첫 대규모 보급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당근과 채찍, 그리고 침묵의 거래

 

이 작전이 가능했던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스웨덴 국방연구소(FOI)의 시리아 전문가 아론 룬드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그들은 당근과 채찍을 모두 사용했지만, 주로 당근을 썼다." 러시아는 시리아 새 정부에 에너지와 식량을 비롯한 핵심 물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리아 새 정부의 셈법도 미묘하다. 국제적 정당성을 갈구하는 알샤라 정부는 워싱턴과 모스크바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펼치고 있다. 미국은 이미 같은 해 십여 년에 걸친 시리아 주둔을 마무리하며 자국군을 철수시킨 상태였다. 그러나 한 명의 군인이 떠난 자리에는 다른 군인이 들어선다. 이것이 지정학의 잔인한 법칙이다. 미국의 군사·정보 당국 일각에서는 "아사드의 몰락이 모스크바의 지중해 거점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1년 반 전 예측이 정면으로 빗나간 데 대해 깊은 실망감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지역의 안보 우려와 정보 트래픽 역시 양측을 군사 협력으로 떠미는 변수가 되고 있다. 새 시리아 정부에 흐메이밈과 타르투스 두 기지는 러시아의 외교적 보호막 역할을 하는 일종의 '보험 증서'이며, 모스크바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수렁 속에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지중해의 마지막 발판이다.

작성 2026.06.04 01:42 수정 2026.06.04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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