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cus 칼럼] 하버드도 제한한 AI 글쓰기, 인지 발달기 교실엔 서둘러 들이나

평가 방식 다투다 놓친 본질, 기술 도입 자체의 교육 타당성 부재

영 대학생 90% 사유 기회 대체, 두뇌 활동 저하 경고하는 MIT

산업 논리 좇기 전, 주체적으로 사유하고 결과 책임지는 훈련 절실


과정 평가 논의와 그 이면의 질문
최근 교육 현장과 미디어의 주된 관심사는 인공지능 활용에 대응하기 위한 과정 중심 평가와 수행평가 방식 개편에 쏠려 있다. 학생의 과제 수행 과정을 어디서부터 얼마나 기록하고, 이를 공정하게 평가할 것인가를 두고 실무적 논의가 활발하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 이면에는 교실 내 AI 도입을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전제가 자리 잡고 있다. 새로운 평가 방식을 둘러싼 논쟁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먼저 짚어야 할 본질적인 질문을 놓칠 우려가 있다. 

 

인지 능력이 발달하는 단계에 있는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공교육에 인공지능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가 하는 점이다.
 

<Lost Thinking> Prompted by The Imaginary Pocus, Generated by Gemini


학습 성과인가, 과제 제출의 자동화인가

유네스코(UNESC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는 교실 내 기술 적용에 대해 신중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교사의 교육적 설계와 목적이 선행되지 않은 생성형 AI 활용은 학생의 실제 학습 능력을 기르기보다 단지 과제 수행 속도와 표면적 결과물만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영국 고등교육정책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약 90%가 학업에 AI를 정기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기술의 편리함이 스스로 사유할 기회를 대체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은 글쓰기 과정에서 인공지능에 의존할 경우 인간의 두뇌 활동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자료를 수집하고 논리를 세워 문장으로 완성하는 단계는 사고력을 훈련하는 핵심 과정이다. 기계 시스템이 이를 대신 처리하면 산출물은 매끄러워지겠지만, 학생 스스로 오류를 검증하며 얻는 성장의 기회는 축소될 수 있다. 이는 학습 주체여야 할 학생이 기술의 수동적 소비자에 머물 가능성을 시사한다.

 

사유의 힘을 묻는 대학들의 기준
이러한 맥락에서 지적 성숙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성인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등 명문 대학들의 행보는 참고할 만한 사례다. 

 

이들은 기계의 도움을 최소화하고 학생 스스로 고민하며 텍스트를 완성하는 직접 글쓰기 수업을 강화하고 있다. 하버드대는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작성한 과제에 최고 학점을 부여하지 않는 지침을 마련했으며, 스탠퍼드대 역시 초기 아이디어 구상을 제외한 창작 과정에서 기계의 도움을 받는 것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고도의 인지 활동을 수행하는 대학생들에게도 인간 고유의 사유 능력을 지키기 위해 기술 활용에 일정한 선을 긋고 있는 셈이다. 이는 인지 능력이 형성 중인 어린 학생들에게 기술이 도입될 때 어떤 교육적 기준이 필요한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방법론보다 타당성 검증이 먼저다
따라서 현재 일각에서 대안으로 제시되는 샌드위치 워크플로(Sandwich Workflow)나 하이브리드 피드백 같은 방법론적 논의들은 그 선후 관계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이 기획하고 AI가 생성한 뒤 다시 인간이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형태의 협업 구조는, 공교육에 AI 도입이 교육적으로 타당한지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진 이후에 다루어질 후속 과제에 가깝다. 당장의 평가 방식 변화에만 집중하기보다, 교실 내 AI 도입을 당연한 전제로 삼는 흐름이 적절한 방향인지 짚어보아야 한다. 

 

과제 제출 형태를 바꾸고 과정을 기록하는 제도를 설계하기 이전에, 이 새로운 기술이 어린 학생들의 지적 성장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인지 묻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산업 논리를 넘어 자아 확립과 책임의 교육으로
판단의 기준은 학생의 실제적인 성장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업의 기술 확산 속도에 공교육 현장이 무작정 맞춰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시점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최신 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는 기능적 측면보다, 성장기 과정에서 자신의 자아를 확립하고 공부의 목적을 분명하게 인지하는 과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어떤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지 판단할 수 있는 주체적인 지적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공교육이 지향해야 할 핵심 방향이다. 

 

사유의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학생들은 기술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으며, 스스로 해낸 결과물에 대해 책임을 지고 능력을 증명할 수 있다.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기 이전에 사유하는 인간을 길러내는 것, 그것이 현재의 교육이 지켜내야 할 근본적인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전문 용어 사전]
▪️과정평가: 결과물만 보고 점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과제를 수행하는 전체 과정에서 보여주는 사고력, 태도, 문제 해결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평가하는 방식이다.


▪️교육적타당성: 새로운 기술이나 제도를 학교에 도입할 때, 그것이 학생의 실제 학습 능력 향상과 올바른 성장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고 목적에 적합한지를 따져보는 기준이다.


▪️환각 오류 (Hallucination): 인공지능이 데이터를 처리하고 답변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사실이 아니거나 전혀 근거가 없는 정보를 마치 진실인 것처럼 포장하여 유창하게 내놓는 현상을 말한다.


▪️샌드위치 워크플로 (Sandwich Workflow): 인간이 먼저 기획안을 만들고 인공지능이 초안을 작성하면, 다시 인간이 그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수정하여 최종 결과물을 완성하는 협업 방식이다.

 

 

 

작성 2026.06.02 04:16 수정 2026.06.0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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