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181화 나도 짜증 낼 줄 알아

나는 아이의 행동만 바라보고 있는가

그 행동 뒤에 숨겨진 감정까지 바라보려 하고 있는가

나는 사랑과 훈육 사이에서 어떤 부모로 살아가고 싶은가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Unsplash]

 

오랜만의 이른 퇴근

며칠 전, 오랜만에 조금 일찍 퇴근을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부터 괜히 마음이 가벼웠다. 평소보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설거지까지 마친 뒤, 나는 아들과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아내는 거실 한편에서 실내 자전거를 타고 있었고, 나는 아이와 작은 공 하나를 주고받으며 캐치볼을 하고 있었다. 아이는 몸으로 노는 시간을 참 좋아한다. 공 하나만 있어도 금세 웃음소리가 커지고, 작은 놀이 하나에도 온 힘을 다해 즐거워한다. 나 역시 그런 시간이 좋다. 함께 뛰고 웃다 보면 하루의 피로가 조금씩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그날도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 시간을 보냈다.

 

약속과 투정 사이

운동이 끝날 즈음, 나는 아이에게 씻을 준비를 하자고 말했다. 사실 캐치볼을 하기 전부터 이미 약속을 했었다. 운동을 하고 나면 바로 씻기로 말이다.

그런데 아이는 갑자기 “아빠 먼저 씻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들렸다. 그래서 나도 웃으며 좋게 이야기했다.

“우리 아까 약속했잖아. 운동했으니까 먼저 씻자.”

하지만 아이는 점점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씻기 싫다고 말하며 계속 나부터 씻으라고 했다. 몇 번을 좋게 이야기해도 같은 말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는데 순간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감정이 터진 순간

그러자 아이는 갑자기 입고 있던 옷을 바닥으로 팍 던졌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 역시 감정이 올라왔다.

“어른 앞에서 옷을 그렇게 던지는 거 아니야.”

결국 나는 아이를 혼내게 되었다. 앞으로는 그런 행동을 하지 말라고, 화가 난다고 해서 물건을 던지는 행동은 올바르지 않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순간 집 안의 공기가 조용해졌다.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지만

나는 늘 친구 같은 아빠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아이와 몸으로 놀아주고, 대화를 많이 하고, 함께 웃으며 추억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가능하면 아이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려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려 노력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오냐오냐” 하며 키우고 싶지는 않다. 부모로서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지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행동은 잘못되었다고 알려주어야 하고, 감정 표현에도 배워야 할 방향이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도 감정을 배우는 중이다

다행히 우리 아이는 평소에는 말을 참 잘 듣는 편이다. 그래서 크게 혼낼 일이 많지는 않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있다. 정말 이건 아니다 싶다고 느껴지는 순간들 말이다. 그날도 내게는 그런 순간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또 다른 생각도 들었다.

“이제는 정말 자기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하는구나.”

예전에는 그저 어리기만 한 아이 같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감정을 더 분명하게 드러내기 시작했다. 좋으면 좋다고 말하고, 싫으면 싫다고 표현하고, 서운하면 짜증도 내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날 아이가 옷을 던진 행동도, 아직 서툴지만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였는지도 모른다.

 

냉랭해진 밤의 공기

아이를 씻기고, 나도 씻은 뒤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평소 같으면 장난을 치며 웃다가 잠들곤 했는데, 그날은 어딘가 공기가 조용했다.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아이를 재우고 방을 나왔다. 그리고 잠든 아이를 다시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참 신기하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투정을 부리던 아이도 잠들고 나면 다시 천사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약해진다.

“내가 너무 혼냈나.”

그런 생각도 잠시 스쳐 지나갔다.

 

부모라는 역할

하지만 여전히 나는 아이에게 필요한 순간에는 싫은 이야기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랑만으로는 부족하고, 때로는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도 부모의 몫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 속에서 늘 고민하게 된다. 어디까지 단호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기다려주어야 하는지,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말이다. 아마 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 중간 지점을 평생 배워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부모도 함께 자라간다

생각해보면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부모 역시 아이를 통해 함께 자라고 있는 중인지 모른다.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려 애쓰고, 내 감정을 돌아보게 되고, 더 나은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들 속에서 부모 또한 조금씩 성장해간다. 아이를 통해 삶을 다시 배우게 되는 순간들이 분명 존재한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아이의 행동만 바라보고 있는가, 
아니면 그 행동 뒤에 숨겨진 감정까지 바라보려 하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사랑과 훈육 사이에서 어떤 부모로 살아가고 싶은가.

 

결국 사랑하기 때문에 고민한다

그날 밤 나는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생각했다. 좋은 아빠가 된다는 것은 늘 웃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과 지도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어쩌면 부모의 진심은 완벽함이 아니라, 아이를 더 잘 이해하려 애쓰는 그 마음 안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5.29 15:42 수정 2026.05.29 15:42

RSS피드 기사제공처 : 보통의가치 미디어 / 등록기자: 김기천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ai365news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좋은사람 #행복나눔 #사랑나눔..
AI 매칭엔진 도입 2026 충청권 ICT 취업박람회 개최
국회 조형물 거장 정보원 작가, 50년 베일 벗는다...성북서 역대급 전..
반도체 끝났다고? 모건스탠리가 폭로한 하반기 주식 대이동 시그널
'제2회 전국 우리소리 경창대회' 종로에서 화려한 개막
자연의 모든 것이 대립과 조화로 움직인다고 보았기때문. 짝수는 균형과 안..
보양식을 먹어야 하는 날~。#jejuolletrail #ssicho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9]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0)
경기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경작 사후조사 착수 | 부동산 투기 철퇴 ..
단 하나의 빛이 세상을 바꿨습니다 #선한영향력 #CCBS #칭찬위원연합회..
당 고종이 신라를 공격하려 한다는 군사정보를 신라 문무왕에게 급히 알리..
허동보의 일히일비(19) - 가려 먹는다고 큰 일이 나진 않아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9)
사랑이 세상을 하나로 만드는 순간 #사랑나눔축제 #칭찬위원연합회 #사랑으..
매듭은 지었지만, 자리는 지킵니다 | 계약해제 수용하라, 현대건설 결단하..
결단이 곧 계약해제 수용입니다 | 현대건설 결단하라, 계약해제 수용하라
행복한 한 주 보내세요 ~ 。#ssicho
광교신도시 A17블록 지분적립형 아파트 청년·신생아 특별공급 전격 신설
칭찬 한마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꿉니다 #칭찬합시다 #사랑나눔축제 #칭..
카보베르데의 꿈! 인구60만, 작은섬나라!
창덕궁 후뭔에 있는 관람정, 존덕정이나 승재정 방향에서 보면 두 발로 물..
반야탕(般若湯)。낙조가 아름다운 도비산에서 바라보는 천수만, 오랫만에 올..
2026 용인 생활관광 미션투어 스탬프 투어: 여행하고 온누리상품권·투어..
좋은 사람 한 명이 세상을 바꿉니다 #사랑나눔축제 #선한영향력 #칭찬위원..
현대차그룹, 영남에 42조 폭탄 투하 AI 모빌리티 우주 에너지 선점 나..
삼성, 60조 폭탄투자로 영남을 '피지컬 AI 거점' 삼아 20만 일자리..
유튜브 NEWS 더보기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초청토론회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9] - 이스라엘 3대 절기와 그 의미

두려움을 신뢰로 바꾸는 관계의 언어학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0)

상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보장특구사업 상리마을 주민리더 도쿄탐방기

봄 (Feat.황정호)

흩어진 말들을 모아 하나의 질서로 세우는 법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9)

[50 Movements] #9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 리처드 용재 오닐 & 디토 오케스트라 | Shos...

병원 광고비, 어디서 새고 있습니까? 팀퍼포먼스 정용훈 대표가 말하는 AI 병원 마케팅

믿음의 선배들(8) - 타협을 모르는 순교자, 로마의 히폴리투스

개인vs법인사업자 장단점과 법인전환 절세방법(feat. 가족법인과 영업권으로 절세하기)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8] - 사라진 열 지파, 흔적 찾기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8) 욕망의 수렁에서 건져 올린 영혼의 정교한 매뉴얼

#쏠롱구스노래들024 #SOS024 #광야 #Wilderness #정원진 #solongus #CCM #car...

HAUSER - Oblivion (Piazzolla)

칭찬사랑나눔 칭찬합시다축제시작된다. #칭찬문화

은혜와 감동이 물결치는 찬양 - 삼일노회 수련회

믿음의 선배들(7) - 열정의 신학자,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게네스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7] - 피 터지는 성전논쟁, 그 시작은?

캔바는 디자이너의 업무를 어떻게 바꾸었을까? l Canva 팝업 행사 디자인 과정 공개

내면의 깊은 성찰과 거룩한 감사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