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178화 또 후회할 행동을 했구나

나는 지금 무엇에 반복적으로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가

그것은 정말 내 삶에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나는 편안함보다 자극을 더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Unsplash]

 

작은 보상의 시작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걷기 앱’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하던 때였다. 걸으면 포인트가 쌓이고, 그 포인트로 기프티콘이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친구들도 하나둘 앱을 설치했고, 나 역시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 올라타게 되었다.

 

걷는 삶 속의 재미

생각해보면 나는 원래 걷는 일이 많은 사람이었다. 학교를 통학하며 하루에도 꽤 많은 거리를 걸었고, 수업이 끝난 뒤에는 오산천으로 나가 러닝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걸음 수가 쌓이자 앱 속 포인트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매일 100원씩 쌓이는 돈은 작아 보였지만, 이상하게도 꽤 뿌듯했다. 숫자가 늘어나는 재미가 있었고, 걷기만 했는데 보상이 생긴다는 사실도 신기하게 느껴졌다.

 

보상 뒤에 숨은 불편함

몇 달쯤 지나자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할 수 있을 정도의 포인트가 모였다. 성취감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휴대폰 배터리가 빠르게 닳기 시작했고, 기기 자체도 점점 느려졌다. 처음에는 단순히 오래 사용해서 그런가 싶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하루 종일 실행되고 있던 걷기 앱들이 원인 같았다.

 

처음의 삭제

결국 나는 앱을 삭제했다. 신기하게도 이후부터 휴대폰 상태가 조금씩 괜찮아졌다. 배터리도 오래갔고, 느려졌던 속도도 어느 정도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그때 나는 스스로에게 작게 다짐했다.

“아무리 작은 보상을 준다고 해도, 결국 나를 더 불편하게 만드는 일은 오래 하지 말자.”

 

다시 반복된 선택

그런데 사람은 참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며 살아가는 존재인 것 같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학생이었던 나는 직장인이 되었고, 여전히 걷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요즘 걷기 앱 많던데, 다시 해볼까.”

그렇게 나는 또다시 걷기 앱들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더 많이 얻고 싶다는 마음

이번에는 하나만 설치한 것도 아니었다. 이왕 걷는 거 조금 더 받아보자는 마음으로 다섯 개의 앱을 한꺼번에 깔아두었다. 출근길에도 켜두고, 퇴근길에도 켜두고, 광고를 눌러 포인트를 받기도 했다. 처음에는 나쁘지 않았다. 포인트가 차곡차곡 쌓이는 모습은 여전히 만족스러웠고, 몇 달쯤 지나자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정도는 되었다.

 

익숙하게 찾아온 불편함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또 익숙한 불편함이 시작되었다. 휴대폰은 다시 느려졌고, 배터리는 금방 닳았다. 광고 알림은 계속 울렸고, 하루 종일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 순간 문득 10년 전의 내가 떠올랐다.

“아…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구나.”

괜히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진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예전에는 단순히 돈을 조금 더 벌고 싶어서 앱을 사용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돌아보니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포인트가 쌓이는 만족감, 무언가를 얻고 있다는 감정 자체를 계속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나는 작은 보상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던 셈이다.

 

조용해진 하루

나는 그날 모든 앱을 삭제했다. 광고 알림도 함께 사라졌고, 휴대폰은 다시 조금씩 빨라졌다. 무엇보다 마음이 조용해졌다. 그 순간 깨닫게 되었다. 삶에는 생각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조금 더 조용한 하루, 불필요한 자극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 그리고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시간들 말이다.

 

반복 속에서 배우는 사람

살다 보면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분명 후회했던 일인데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 같고, 이번에는 다를 것 같다는 생각으로 다시 손을 뻗게 된다. 하지만 그 반복 속에서도 다시 깨닫게 된다면, 어쩌면 그것 또한 삶이 주는 배움인지도 모른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지금 무엇에 반복적으로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가. 
그것은 정말 내 삶에 필요한 것인가. 
그리고 나는 편안함보다 자극을 더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결국 남는 선택

그날 나는 휴대폰 속 앱들을 삭제하며 오래전의 나와 다시 한번 같은 약속을 했다.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일이라면 다시 반복하지 말자고. 그래서 분명해진다. 삶은 더 많이 얻는 방향보다, 나를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흘러갈 때 오래 지속된다는 것을.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5.29 15:39 수정 2026.05.2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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