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트럼프에 "대만 잘못 다루면 충돌" 정면 경고

"불과 물처럼 양립 불가"… 시진핑이 트럼프에 던진 서늘한 경고

9년 만의 베이징행, 환대 뒤에 숨겨진 '레드라인'의 정체

샹들리에 아래 오간 한마디, 미·중 충돌의 도화선 되나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베이징 정상회담서 "불과 물처럼 양립 불가"… 환대 속 날 선 한마디

 

만찬장의 샹들리에 불빛은 따뜻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건넨 한마디는 서늘했다. 5월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마주 앉은 두 정상의 회담에서, 시 주석은 대만 문제가 적절히 다뤄지지 않으면 양국이 충돌할 수 있으며, 이는 양국 관계를 큰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의장대와 어린이들의 환영 깃발이 펄럭이는 화려한 의전 뒤에 감춰진, 가장 분명한 '레드라인' 선언이었다.

 

이번 만남은 단순한 외교 일정이 아니다. 미국 현직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이후 약 9년 만이다. 지난해 양국은 100%를 넘나드는 관세를 주고받으며 무역 전쟁의 벼랑 끝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휴전에 이르렀다. 그 위태로운 평화의 끈을 다시 단단히 묶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재계 주요 인사들을 대거 대동하고 베이징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나 중국이 회담의 첫 화두로 꺼내 든 것은 무역도, 이란 문제도 아닌 대만이었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미·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규정했다. 그는 대만 독립과 대만해협의 평화는 불과 물처럼 양립할 수 없다며, 미국이 이 문제를 다루는데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그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양국의 가장 큰 ‘공통 분모’라는 표현으로 협력의 여지도 함께 남겼다. 회담은 약 2시간 15분간 비공개로 진행됐고, 백악관은 이를 좋은 회담이라 평했다. 흥미롭게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회담 후 대만을 논의했는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을 "전 세계가 주목한 가장 큰 정상회담"이라 부르며, 시 주석을 "위대한 지도자", "친구"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양국 관계를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화답했고, 오는 9월 24일 시 주석 부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시 주석 역시 양국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며 향후 3년 이상을 내다보는 전략적 로드맵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베이징 톈탄을 함께 거닐고 국빈 만찬을 나눴으며, 중동과 우크라이나,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유지와 APEC·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상호 협력에도 뜻을 모았다.

 

시 주석, '투키디데스의 함정' 언급

 

이날 회담에서 배석한 한 관계자는 시 주석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언급했다고 전한다. 여기에서 시 주석이 언급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기존의 패권국을 위협할 때, 그 구조적 긴장이 결국 전쟁으로 귀결되는 경향을 가리키는 국제정치학 개념이다. 이는 한 나라가 빠르게 강해지고 다른 나라가 그 추격에 두려움을 느낄 때, 양국이 원하지 않더라도 충돌로 떠밀려 가게 되는 위험한 역학을 일컫는다. 참고로, 투키디데스(기원전 460년경~400년경)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역사가이자 장군이다. 그는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맞붙은 펠로폰네소스 전쟁(기원전 431년~404년)을 직접 겪고 기록한 인물로, 그가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서양 역사 서술과 국제정치학의 고전으로 꼽힌다. 다시 말하면, 떠오르는 강국과 기존 패권국이 끝내 전쟁으로 치닫고 마는 역사의 오랜 비극. 그 함정을 피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이 베이징의 만찬 식탁 위에 조용히 놓였다. 

 

나는 이 장면을 지켜보며, 외교라는 것이 결국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서로의 가장 아픈 자리를 알면서도 그 자리를 건드리지 않으려 애쓰는, 절제의 기술이다. 두 거인이 악수하고 미소 짓는 그 짧은 순간에도,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수많은 보통 사람의 평범한 내일이 달려 있다. 환대의 깃발과 경고의 언어가 한 식탁에서 공존한 이날,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다. 말은 쉽고 신뢰는 더디다. 평화는 선언문에 적히는 것이 아니라, 그 선언을 지켜내는 오랜 인내 속에서만 비로소 자라난다.

작성 2026.05.15 02:01 수정 2026.05.15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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