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173화 똑똑! 나 좀 봐주세요

몸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지 않는다

몸은 이미 오래전부터 말을 걸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자신을 돌보는 일은 사치가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다.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Unsplash]

 

반복되는 하루의 움직임

창고 안을 오가며 하루 종일 무거운 상자들을 들었다. 입고와 출고가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몸은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괜찮겠지, 이 정도쯤이야.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루를 넘겼다. 익숙한 피로라고 생각했다.

 

조용히 시작된 신호

하지만 어느 순간 허리가 먼저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욱신거림이었다. 잠시 쉬면 괜찮아질 것 같은 정도의 통증이었다. 그래서 또 넘겼다.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고, 몸보다 일이 먼저였다.

 

시로 남겨진 순간

그날의 마음을 한 편의 시로 남겼다.

 

똑똑! 나 좀 봐주세요 / 김기천


창고 안을 오가며
무거운 상자들을 들고
오늘도 바삐 움직였다

 

괜찮겠지
이 정도쯤이야
습관처럼 넘긴 하루들

 

하지만 어느 순간
허리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욱신거림 하나로
조용히 신호를 보내며

 

“똑똑.”

 

나는 애써 못 들은 척했지만
몸은 결국 나를 한의원으로 데려갔다

 

따뜻한 전기파가 흐르고
천천히 놓이는 침 끝 사이로
굳어 있던 하루가 풀어졌다

 

노곤하게 감기는 눈 사이로
문득 마음속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나 좀 봐줘.

너무 무리하지 말고
조금만 아껴줘.

오래도록 너를 버티고 싶어.”

 

그 말을 듣는 순간
괜스레 미안해졌다

 

늘 가장 아래에서
묵묵히 나를 지탱해주던 허리에게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며
너무 오래 기대고 있었나 보다

 

따뜻한 찜질 온기 속에서
나는 조용히 다짐했다

 

조금은 천천히 걷자고
몸의 목소리를 미루지 말자고

 

아픔은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계속된 무시 끝에
조용히 찾아온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조금 알게 되었다

 

몸이 보내는 방식

한의원에서 전기 치료와 침 치료를 받으며 가만히 누워 있었다. 따뜻한 온기가 몸에 퍼지자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몸은 이미 오래전부터 말을 걸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가장 늦게 챙기는 존재

사람은 이상하게도 자신의 몸을 가장 나중에 챙긴다. 해야 할 일이 우선이고, 책임져야 할 것이 먼저다. 조금 아픈 것은 참아내고, 피곤함은 익숙함으로 넘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몸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채 조용히 신호를 보낸다.

 

통증이 주는 의미

통증은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다. 몸이 보내는 요청이다.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조금만 돌아봐 달라고, 오래 버티기 위해 잠시 쉬어달라고 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그 신호를 무시한 채 계속 앞으로만 나아간다.

 

삶의 속도에 대하여

돌아보면 우리는 너무 빨리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멈추지 않는 것이 성실함이라고 생각하고, 버티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오래 가기 위해서는 속도보다 균형이 필요하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지금 어떤 신호를 무시하고 있는가. 
몸이 보내는 작은 불편함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아끼며 살아가고 있는가.

 

결국 남는 깨달음

몸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지 않는다. 오랜 무시 끝에 조용히 한계를 드러낸다.
그래서 분명해진다.
자신을 돌보는 일은 사치가 아니라
오래 살아가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5.12 10:06 수정 2026.05.1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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