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 성진용 건축사] ‘법보다 무서운 심의’… 서울시 위원회 디지털화가 행정 신뢰의 마중물인 이유

- 안건 상정부터 의결까지 전 과정 디지털화… ‘깜깜이 심의’ 오명 벗고 투명성 제고

- 3D 시뮬레이션·데이터 기반 검토로 예측 가능성 확보… '사람 아닌 시스템이 결정해야'

- 신속한 심의가 결국 주택 공급 활성화와 분양가 안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

[전문가 칼럼 | 성진용 건축사] 도시계획과 건축, 주택 공급 현장에서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높은 문턱은 무엇일까.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법보다 심의가 더 무섭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법규상 문제가 없더라도 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사업 방향이 뒤바뀌고, 일정과 비용이 요동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진 심의위원회가 과연 공정하고 투명하게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표는 오랜 시간 지속되어 왔다. 이러한 시점에 서울시가 위원회 심의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한 변화다.

 

서울시 도시·건축위원회 통합관리시스템.

 

■ 사실상의 ‘최종 관문’… 강한 권한만큼 엄격한 운영 절차 요구돼

 

건축 실무 현장에서 심의는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사실상 ‘또 하나의 법’으로 작용한다. 기준을 충족해도 추가 보완 요구가 빈번하고, 심의 속도에 따라 착공 시점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간의 심의 구조가 종이 자료 중심의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이다. 회의 직전 수정 자료 제출, 모호한 질의응답, 보류 사유의 불분명함 등은 민원인과 사업자에게 큰 불확실성을 안겨주었다. 권한이 클수록 그 운영 방식은 더 엄격하고 투명해야 한다. 불투명한 행정은 결국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 디지털화의 본질은 ‘속도’보다 ‘공정성’에 있다

 

서울시가 도입한 디지털 통합관리시스템은 단순히 종이 서류를 전산화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안건 상정부터 의결, 결과 공개까지 일원화된 시스템 내에서 관리되고, 3D 시뮬레이션 기반의 정밀 검토가 가능해진다는 것은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심의’를 ‘시스템에 따라 예측 가능한 심의’로 바꾸겠다는 선언이다.

 

사전에 검토 의견을 등록하고 기록을 아카이브로 관리함으로써 누구나 동일한 정보를 바탕으로 논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이는 심의 위원의 주관적 판단 개입을 최소화하고 행정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핵심 장치가 될 것이다.

 

■ 신속한 심의 행정, 시민 주거 안정과 직결

 

주택 공급 부족이 우려되는 현 시국에서 심의 지연은 단순한 행정의 문제가 아니다. 지연된 시간만큼 금융 비용이 발생하고, 이는 고스란히 최종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시민들의 부담을 키운다.

 

디지털 심의는 사전 검토를 통해 핵심 쟁점을 미리 파악하고 회의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행정 효율을 극대화한다. 명확해진 보완 요구와 신속한 의사결정은 사업 추진의 속도를 높여 도심 내 주택 공급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 “보이는 심의”가 행정 혁신의 시작

 

앞으로의 심의는 전문가들만 아는 폐쇄적 공간을 벗어나 시민과 시장이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공개 행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진행 단계의 실시간 공개, 유사 사례 검색 가능화 등 데이터 축적을 통해 심의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좋은 법과 사업도 투명하지 못한 절차에 가로막히면 동력을 잃는다. 서울시의 위원회 디지털화는 공정성을 높이고 신속성을 개선하며 모두가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만드는 바람직한 행정 혁신이다. 심의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시대일수록, 그 힘의 정당성은 투명한 기록과 공개된 절차에서 나와야 한다.

 

 

성진용/칼럼니스트ⓒAI부동산경제신문

성진용 건축사·교수
토지·건축물 건강검진센터 대표
주식회사 화신 대표
이안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매경부동산센터 대표교수
https://blog.naver.com/yto6200

작성 2026.04.24 12:43 수정 2026.04.2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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