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지는 일상에서 발견하는 약속의 울타리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70)

사랑의 순결함이 공동체의 근간을 설계한다

쾌락의 탐닉을 넘어 인격적 연합으로 나아가는 길

신뢰라는 이름의 사회적 자본을 수호하는 문법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70문

 

Q. Which is the sixth commandment? A. The seventh commandment is, Thou shalt not commit adultery.
문. 제7계명은 무엇입니까? 답. 제7계명은 "간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간음하지 말라(출 20:14)

 

이미지 제공: 수현교회

 

십계명 중 가장 사적이면서도 가장 강력한 공공성을 지닌 규범을 꼽으라면 단연 제7계명일 것이다. 현대 사회는 성(性)을 개인의 취향이나 선택의 영역으로 치부하며 소위 '자기 결정권'의 논리로 접근하지만,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70문이 가리키는 방향은 훨씬 더 깊고 넓다. "간음하지 말라"는 이 짧은 금령은 단순히 육체적 일탈을 막는 도덕적 장벽이 아니라, 인간 관계의 가장 깊은 신뢰와 인격적 연합을 보호하기 위한 '약속의 울타리'다.

 

간음(Adultery)은 라틴어 '아둘테라레(Adulterare)'에서 유래했는데, 이는 '순수한 것에 이물질을 섞어 변질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성적인 배타성과 충실함은 두 인격이 온전히 하나가 되는 연합의 순수성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1925-2017)은 현대의 관계를 '액체 근대'로 규정하며, 쉽게 맺어지고 쉽게 끊어지는 파편화된 관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제7계명은 이러한 관계의 유동성 속에서 '절대적 신뢰'라는 고정점을 제시한다. 한 사람에게 자신의 전부를 거는 헌신이 사라진 사회는 결국 고립과 외로움의 섬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성은 단순한 생물학적 욕구의 분출이 아닌, 자아의 가장 깊은 부분이 타자와 만나는 소통의 정점이다. 이를 도구화하거나 상업화하는 것은 자신의 인격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사회심리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1980)이 강조했듯, 진정한 사랑은 '빠지는 것(Falling in)'이 아니라 '머무는 것(Standing in)'이다. 

 

제7계명은 감정의 파도를 넘어 의지적 결단으로 관계를 지켜낼 때, 비로소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정서적 안정이 허락됨을 일깨워준다. 간음의 금지는 쾌락의 억압이 아니라, 더 높은 차원의 행복을 향한 초대인 셈이다.

 

 

가정의 붕괴는 곧 사회 구성원의 심리적 붕괴로 이어지며, 이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생산성 저하를 초래한다. 신뢰(Trust)는 가장 강력한 경제적 자산이다.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는 공동체 전체의 신뢰 지수를 낮추는 결과를 낳는다. 따라서 제7계명을 지키는 것은 한 가정을 지키는 일을 넘어, 사회 전체의 도덕적 정화(Purification)와 지속 가능한 안녕을 도모하는 고도의 윤리적 실천이다.

 

당신은 당신의 약속을 얼마나 무겁게 여기는가? 모든 것이 가벼워지고 휘발되는 시대에, 누군가와의 약속을 위해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숭고한 저항이다. 성경이 말하는 거룩함(Holiness)은 세상으로부터의 격리가 아니라, 일상의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타인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완수하는 성실함에서 증명된다.

 

"간음하지 말라"는 명령을 가슴에 새긴다는 것은,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인생을 나의 탐욕으로 변질시키지 않겠다는 거룩한 선언이다. 이 선언이 살아있는 공동체만이 진정한 의미의 평화와 안식을 누릴 수 있다.

 

 


허동보 목사 | 수현교회
저서 | 『왕초보 히브리어 펜습자』, 『왕초보 헬라어 펜습자』, 『왕초보 히브리어 성경읽기』, 『고난, 절망의 늪에서 피어난 꽃』, 『부와 기독교신앙』, 『그와 함께라면』, 『만남』, 『AI시대, 히브리어로 답하다』 외

 

 

 

작성 2026.04.15 16:22 수정 2026.04.1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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