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가소성ㅣ25] 다능인의 시대: 뇌는 하나의 정체성에만 머물기를 원하지 않는다

단일 전공이라는 익숙한 울타리를 넘어서는 법

한 가지 전문성보다 ‘연결 지능’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

서로 다른 경험이 만날 때 대체 불가능한 가치가 만들어진다

 

하나의 이름만 붙들어야 안정적이라고 믿던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변화가 빨라질수록 커리어의 힘은 하나의 정답보다, 

서로 다른 점들을 연결해 나만의 선으로 만드는 능력에서 나온다.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이 질문에 단 하나의 명사로 답하는 데 익숙했다. 의사, 교사, 개발자, 디자이너처럼 하나의 이름을 정하고 그 정체성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안정과 성공의 조건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의 일과 산업 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세계경제포럼은 2030년까지 노동자의 핵심 역량 상당 부분이 바뀔 것으로 전망했고, OECD 역시 미래 사회에서 중요한 것은 단일 지식보다 다양한 지식·기술·태도·가치를 함께 동원하는 역량이라고 본다.

이런 변화 속에서 최근 자주 언급되는 말이 있다. 바로 다능인(Multipotentialite)이다. 이 표현은 에밀리 워프닉의 TED 강연을 통해 널리 알려졌고, 하나의 진로에만 자신을 가두지 않고 여러 관심사와 능력을 연결해 살아가는 사람을 가리킨다.

 

 

뇌는 원래 하나보다 연결에 더 강하다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자신을 보며 “나는 끈기가 부족한가” “전문성이 얕은가”라고 자책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성인기의 뇌도 여전히 변화하고 배우며 재구성된다. 신경가소성 연구는 학습과 새로운 경험이 성인기에도 뇌 기능 변화와 적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물론 한 분야의 깊이는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한 가지 정체성에만 자신을 고정하는 방식이 언제나 최선은 아니다. 오히려 변화가 빠른 시대에는 서로 다른 경험과 기술을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유연하게 움직인다. 다양한 경험은 인지 유연성과 창의적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즉, 관심이 넓다는 것은 산만함의 증거가 아니라 새로운 연결 가능성이 많다는 뜻일 수 있다.

 

 

연결 지능은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다능인은 단순히 재주가 많은 사람이 아니다. 서로 다른 영역의 정보와 경험을 묶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사람에 가깝다. 예를 들어 마케팅을 아는 개발자, 심리학을 이해하는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을 할 줄 아는 기획자는 각각의 분야를 따로 수행하는 것을 넘어, 서로 다른 언어를 연결하며 새로운 관점을 만든다. 이런 방식은 특히 변화가 빠른 환경에서 강점을 발휘한다. OECD와 WEF가 모두 강조하는 것도 결국 이런 융합적·전이 가능한 역량이다. 

 

뇌과학적으로 보더라도 낯선 정보와 경험이 연결될 때 학습과 적응의 가능성은 커진다. 다양한 자극과 학습은 성인기 인지 건강과 유연성 유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시장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많이 해본 사람”이 아니라 다르게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중 정체성은 흩어짐이 아니라 포트폴리오다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진다는 것은 전문성이 분산된다는 뜻만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만의 지식 지도를 넓히는 방식일 수 있다. 한 분야에서 쌓은 통찰이 다른 분야의 문제를 푸는 데 쓰이고, 한 역할에서 얻은 감각이 전혀 다른 일의 경쟁력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다양한 실전 기술을 동시에 배우는 것이 성인기의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그래서 이제는 “한 우물만 파야 한다”는 문장을 절대적인 기준처럼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명함의 개수가 아니라, 그 경험들이 서로 연결되어 나만의 선을 만들고 있는가이다. 커리어 가소성이 큰 사람은 이름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여러 경험을 하나의 서사로 묶을 줄 아는 사람이다.

 

 

[오늘의 뇌훈련 미션] 나의 ‘잠재적 정체성’ 나열하기

지금의 직함 말고, 내가 가진 관심사와 경험을 아주 사소한 것부터 적어보자.

나의 이질적인 키워드 3가지
예: 엑셀 데이터 분석 + 캠핑 + 심리학
 

연결의 상상
이 세 가지를 조합하면 어떤 새로운 서비스나 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는가
새로운 명함 이름 붙이기
나를 설명하는 하이브리드 직함 하나를 만들어보자

 

Tip. 전문성은 완성되는 것만이 아니라 조합되기도 한다. 뇌가 자꾸 끌리는 연결이 있다면, 그 조합 안에 다음 커리어의 실마리가 숨어 있을 수 있다.

 

 

[커리어 가소성] 커리어는 사건이 아니라, 해석에 의해 변화하는 가소적 구조다.

박소영 | 커리어온뉴스 편집장 · ‘커리어 가소성’ 기획연재

 

 

[커리어 가소성 시리즈 이어보기]
23편: 계획된 우연, 뇌는 어떻게 행운을 실력으로 바꾸는가
24편: 커리어 앵커, 흔들리는 변화 속에서 뇌가 붙잡는 단 하나의 기준
25편: 다능인의 시대, 뇌는 하나의 정체성에만 머물기를 원하지 않는다

 

연재는 변화와 기준, 그리고 그 위에서 확장되는 커리어의 방향을 따라 계속 이어진다.

 

 

작성 2026.03.31 00:59 수정 2026.03.31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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