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동화 - 1편 무엇을 찾고 있니?

철학 동화 -  1편  무엇을 찾고 있니?

 

 

 

수업 시간이었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교실 앞에서 분명히 들리고 있었지만, 민우에게는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민우는 칠판을 바라보는 척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았다.

어젯밤 꿈속에서 들은 한마디가 자꾸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넓은 길이 있었다.

그 길 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서류 가방을 들고 있었고, 누군가는 휴대전화를 보며 뛰듯이 지나갔다.

그때, 민우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무엇을 찾고 있니?”

 

민우는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바쁘게 지나가고 있었고, 목소리만 공기 속에 남아 있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도 그 질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창문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지만, 민우는 왠지 가벼워지지 않았다.

그 질문을 그대로 가방에 넣은 채 학교에 온 것만 같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민우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맞은편에 앉은 준호를 바라보았다.

 

“준호야.”

 

“왜?”

 

“너는, 무엇을 찾고 있어?”

 

준호는 잠시 눈을 깜빡였다.

 

“무슨 말이야?”

 

민우는 망설이다가 말했다.

 

“우리가 왜 이렇게 바쁘게 사는 거냐고. 다들 뭔가를 향해 뛰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궁금해서.”

 

준호는 입 안에 있던 밥을 삼키고 말했다.

 

“나? 그냥 아빠가 안 되는 꼴 보기 싫어서.”

 

민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답할 줄 알았는데, 준호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진지했다.

준호는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젓가락을 들었지만, 민우는 한동안 밥을 먹을 수 없었다.

 

학교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오던 길, 민우는 공원 앞에서 걸음을 늦췄다.

벤치에 앉은 한 할아버지가 비둘기들에게 빵을 잘게 뜯어 주고 있었다.

비둘기들은 고개를 까딱이며 모여들었고, 햇빛은 나뭇잎 사이로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민우는 자기도 모르게 근처 벤치에 앉았다.

 

그때 할아버지가 말했다.

 

“무슨 고민이 있구나.”

 

민우는 놀라서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아셨어요?”

 

할아버지는 작게 웃었다.

 

“걸음이 느린 사람은 대개 생각이 많은 법이란다.”

 

민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물었다.

 

“사람들은 무엇을 찾으면서 사는 걸까요?”

 

할아버지는 손에 쥔 빵 조각을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한때 아주 큰 회사의 사장이었단다.”

 

민우의 눈이 동그래졌다.

 

“정말요?”

 

“그래. 돈도 많이 벌었지.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그럼 다 가진 거잖아요.”

 

할아버지는 비둘기 한 마리가 빵 조각을 물고 달아나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런데도 늘 뭔가 빠진 것 같았어.”

 

민우는 숨을 죽이고 물었다.

 

“그럼 뭘 찾고 계셨어요?”

 

할아버지는 한참 뒤에야 대답했다.

 

“어쩌면, 아직도 찾고 있는지 모르지.”

 

그 말을 들은 순간, 민우는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놓였다.

모든 답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아직도 찾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진짜처럼 느껴졌다.

다 찾은 척하는 사람보다 훨씬 솔직하게 보였다.

 

다음 날, 선생님은 아이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요?”

 

아이들이 손을 번쩍번쩍 들었다.

 

“저는 의사요!”

 

“저는 과학자요!”

 

“저는 유튜버요!”

 

교실은 금세 들뜬 목소리로 가득 찼다.

하지만 민우는 손을 들지 않았다.

 

선생님이 민우를 바라보았다.

 

“민우는 꿈이 없니?”

 

민우는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말했다.

 

“저는, 아직 찾고 있어요.”

 

몇몇 아이들이 킥킥 웃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웃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대답이구나.”

 

민우는 그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날 밤, 민우는 다시 꿈을 꾸었다.

넓은 길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무엇을 찾고 있니?”

 

이번에는 민우가 도망치지 않았다.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서 말했다.

 

“아직 잘 모르겠어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길 위의 사람들은 계속 지나가고 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조용해진 것 같았다.

 

그리고 목소리가 말했다.

 

“괜찮다.”

 

민우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요?”

 

목소리가 대답했다.

 

“많은 사람들은 평생 무언가를 찾으면서도, 정작 무엇을 찾는지 모른 채 살아간다.

그래서 먼저 필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질문이 길의 시작이니까.”

 

아침이 되어 민우는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섰다.

하늘은 맑았고, 바람은 정면에서 불어왔다.

민우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지고 운동화 끝에 작은 먼지가 묻었다.

 

그래도 민우는 걸었다.

 

아직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길을 안다는 것이 꼭 목적지를 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을.

 

어쩌면 사람은,

찾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미 자기 길 위에 서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3.24 09:01 수정 2026.03.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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