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137화 손목, 허리, 손가락, 이 자체만으로도 고마워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사람은 몸이 아프기 전까지 몸의 소중함을 잊고 산다

하지만 작은 통증 하나만 생겨도 우리는 깨닫게 된다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Unsplash]

 

몸으로 일하는 하루

나의 주요 업무는 자재관리다. 자재 창고의 입출고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생산 현장에서 완제품이 만들어지면 그 물건들을 2층 창고로 올려 정리한다. 박스를 랙 위에 차곡차곡 올려두고, 필요한 물량이 생기면 다시 내려 보내는 일을 반복한다. 그렇게 하루의 대부분을 창고에서 보낸다. 회사에 입사한 지도 어느덧 4개월이 지났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제품 이름도 익숙하지 않았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도 잘 몰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익숙해졌다. 이제는 업무의 흐름을 어느 정도 이해하며 일하고 있다. 요즘 창고는 꽤 바쁘게 돌아간다. 사람들은 경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일하는 회사는 물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업무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쁜 날이 이어진다. 그 말은 결국 내 일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몸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했다

완제품 박스의 무게는 생각보다 묵직하다. 가벼운 것은 10kg 정도이고 무거운 것은 30kg 가까이 나간다. 그 박스를 들어 올려 랙 위에 올리고 다시 내려 정리하는 일을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몸에 무리가 오기 시작했다. 특히 손목과 허리였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가락 마디가 저리고 뻣뻣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주먹을 쥐려 하면 살짝 통증이 느껴진다. 그래서 요즘은 자연스럽게 손목 보호대를 착용한다. 허리에는 파스를 붙인다. 몸을 조금이라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계단을 오르며 떠오른 생각

1층 현장에서 제품을 대차에 올리고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2층 창고로 올린다. 그리고 나는 계단을 이용해 다시 2층으로 올라간다. 그 짧은 계단을 오르는 동안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맞는 걸까.”, “그래도 가장이니까 내 역할을 해야지.” 어떤 날에는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손목과 허리가 유난히 아팠다. 평소보다 통증이 크게 느껴졌다. 순간 짜증이 올라왔다. 사무실로 가서 손목 보호대를 잠시 벗었다. 파스를 바르고 다시 보호대를 착용했다. 허리에도 파스를 붙였다. 그리고 다시 창고로 향했다.

 

몸에게 미안해진 순간

계단을 한 걸음씩 올라가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손목에게 미안하네.”
“허리에게도 미안하다.”
“손가락도 고생이 많네.”

그리고 곧 이런 생각이 이어졌다.

“그래도 이렇게 일할 수 있으니까 고맙다.”

손목이 있어 물건을 들 수 있다. 허리가 있어 몸을 지탱할 수 있다. 손가락이 있어 물건을 잡을 수 있다. 그 생각을 하다 보니 마음이 조금 차분해졌다. 눈이 있어 물건을 볼 수 있고, 귀가 있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코가 있어 숨을 쉴 수 있고, 입이 있어 말을 할 수 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모든 게 고마운 거다.”

 

우리는 몸의 가치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람은 종종 몸이 아프기 전까지 몸의 소중함을 잊고 산다. 건강할 때는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통증 하나만 생겨도 우리는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움직여 준 몸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였는지를 말이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오늘 하루 동안 내 몸은 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해 주었을까.
나는 내 몸의 신호를 얼마나 귀 기울여 듣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우리 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해 본 적이 있을까.

 

당연한 것이 가장 감사한 것이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몸이 아프다는 사실보다 이 몸으로 지금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일을 하는 방식도 조금 바꾸었다. 무리하지 않으려 한다. 몸의 신호를 조금 더 살피려 한다. 지금도 손목은 여전히 뻐근하고 허리도 가끔 욱신거린다. 하지만 그 통증 속에서도 감사를 발견하려 한다. 이 몸이 있기에 일을 할 수 있다. 이 몸이 있기에 가족을 위해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몸이 있기에 하루를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내 몸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손목아, 고맙다. 허리야, 버텨줘서 고맙다. 손가락아, 오늘도 함께 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지금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오늘도 나는 일상을 통해 또 하나를 배운다.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실은 가장 감사한 것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3.21 17:55 수정 2026.03.2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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