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135화 꽁돈이 주는 설렘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돈의 크기보다 그 과정이 더 중요한 이유

삶을 채워 주는 것은 돈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시간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Unsplash]

 

예상하지 못한 숫자 하나

지난 일요일이었다.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셔서 부탁 하나를 하셨다. 평소 사용하시던 화장품을 구매해야 하는데 대신 구매를 해 줄 수 있겠냐는 말씀이었다. 아내는 흔쾌히 그 부탁을 받아들였고, 어머니를 대신해 화장품을 주문했다. 저녁 시간이 되었고 가족들과 식사를 마친 뒤 나는 평소처럼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그때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기천, 아까 화장품 값 말이야. 네 계좌번호가 생각나서 너에게 보냈어. OO이에게 전해줘.” 나는 설거지를 하던 중이라 간단히 알겠다고 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다시 설거지에 집중했다. 그때는 그 일이 머릿속에 크게 남지 않았다. 그저 어머니께서 화장품 값을 보내셨구나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계좌에 나타난 18만 원

그리고 며칠 뒤였다. 모임 회비를 확인할 일이 있어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열었다. 평소처럼 계좌 잔액을 확인하려는 순간 숫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잔액 18만 원. 순간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 이 돈 뭐지.”
“내가 이런 돈을 가지고 있었나.”
“혹시 꽁돈이 생긴 건가.”

그 짧은 순간이 묘하게 즐거웠다. 예상하지 못했던 돈이 계좌에 들어와 있으니 괜히 마음이 설렜다. 마치 어디선가 작은 행운이 굴러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의 마음은 참 단순하다. 예상하지 못한 돈이 생겼다는 생각 하나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나는 그 돈이 어디에서 들어온 것인지 확인해 보았다.

 

짧은 설렘의 정체

송금 내역의 보낸 사람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상황은 단번에 정리되었다. 보낸 사람은 어머니였다. 그제야 며칠 전 설거지를 하며 받았던 전화가 떠올랐다. 어머니께서 화장품 값을 내 계좌로 보냈다고 하셨던 그 말이 생각난 것이다. 나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아, 이 돈이 그 돈이었구나.”

잠깐이지만 꽁돈이 생겼다고 생각하며 기뻐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조금 민망하기도 했지만, 그 짧은 설렘 자체는 꽤 재미있는 순간이었다. 나는 곧바로 그 금액을 아내에게 송금했다. 어머니께서 보내신 화장품 값을 대신 결제해 준 사람은 아내였기 때문이다.

 

꽁돈이 주는 기쁨은 왜 짧을까

송금을 마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잠깐 전의 그 짧은 설렘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꽁돈이 생겼다’고 생각했던 순간. 사람은 예상하지 못한 돈이 생기면 누구나 잠깐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 결국 그것이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설렘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은 느낌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왜 노력해서 번 돈은 더 오래 기억에 남을까.
왜 작은 꽁돈은 쉽게 설레지만 금세 잊혀질까.
돈의 크기보다 그 과정이 더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돈의 의미는 금액보다 그 안에 담긴 시간과 노력에서 결정되는지도 모른다.

 

오래 남는 것은 결국 내가 만든 결과다

꽁돈이 주는 설렘은 분명 존재한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작은 기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 반대로 내가 시간을 들이고 노력해서 번 돈은 조금 다르다. 그 안에는 나의 하루와 땀, 그리고 시간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날의 짧은 설렘을 지나 다시 마음을 정리하게 되었다. 결국 내 삶을 채워 주는 것은 우연히 생긴 돈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나는 다시 생각한다. 잠깐의 꽁돈보다 더 소중한 것은 오늘 내가 성실하게 살아가는 하루라는 것을.그리고 나는 그 하루를 만들어 가기 위해 다시 일을 시작한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3.21 17:49 수정 2026.03.2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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