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초토화되어도 백기를 들지 않는 소름 돋는 이유

미국이 이란의 심장을 찔러도 숨이 끊어지지 않는 이유

사담 후세인의 교수대가 만든 트라우마... 이란 지도부가 '자폭'을 선택한 진짜 속사정

유가 150달러 돌파하나?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당신의 지갑에 던지는 선전포고

▲ AI 이미지,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제공

‘사담 후세인의 교수대’가 만든 트라우마와 메두사 체제의 잔혹한 생존 방정식

 

테헤란의 하늘에서 ‘검은 비’가 내리고 있다. 미군의 정밀 타격으로 파괴된 석유 저장고에서 치솟은 거대한 연기가 구름과 뒤섞여, 기름기와 독성을 머금은 채 대지를 적시는 참혹한 풍경이다. 항공모함 링컨호와 포드호, 그리고 1,400대 이상의 첨단 전투기를 동원한 미국의 압도적인 화력 앞에 이란의 방공망은 이미 종이호랑이처럼 찢겨 나갔다. 산술적인 계산대로라면 벌써 테헤란 광장에는 백기가 휘날려야 마땅하다.

 

하지만 세계는 기이한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이란은 항복 대신 주변국을 타격하며 전쟁의 판을 키우는 이른바, ‘치킨 게임’을 선택했다. 서방의 시각에서는 광기 어린 자살 행위로 보이겠지만, 국제 정세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분석가들에게 이것은 그들의 생존 방식에서 도출된 가장 처절하고도 ‘합리적인’ 선택이다. 미국이 이란의 심장을 찔러도 숨이 끊어지지 않는, 그 이면의 충격적인 진실을 추적했다.

 

항복이라는 이름의 사형집행장

 

이란 지도부가 백기를 들지 못하는 근원적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학습된 공포’에 있다. 그들은 서방과 타협했던 독재자들이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 역사라는 교과서를 통해 뼈저리게 공부했다.

 

과거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저항 끝에 패배하여 차가운 땅굴에서 끌려 나온 뒤 교수형을 당했다. 더욱 결정적인 사례는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다. 그는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며 서방과 손을 잡았지만, 정작 내부 위기가 닥치자, 나토의 공습 속 길거리에서 비참하게 살해되었다. 이란 지도부에게 항복은 곧 ‘평화’가 아니라 ‘도살장’으로 가는 직행열차다. 무기를 내려놓는 순간이 곧 종말임을 알기에, 그들은 단 하루라도 더 살아남기 위해 자폭에 가까운 저항을 이어가는 것이다.

 

잘려 나간 머리 위에 돋아나는 새로운 독니

 

미국은 지휘부만 제거하면 체제가 도미노처럼 무너질 것이라 믿는 ‘뱀의 머리’ 전략을 구사한다. 하지만 이란은 단일 지도 체제가 아닌, 마치 ‘이사회 형 대기업’처럼 운영되는 견고한 신정 시스템이다. 이란 헌법 111조는 최고 지도자 유고 시 대통령과 사법부 수장 등이 참여하는 3인 임시위원회가 즉각 국정을 장악하도록 승계 매뉴얼을 규정하고 있다. 아야톨라 하메네이가 제거되어도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 같은 인물이 즉각 그 자리를 대체하는 구조다. 여기에 국가 경제의 40%를 장악한 ‘혁명수비대(IRGC)’와 골목마다 촘촘한 감시망을 뻗친 ‘바시즈(Basij) 민병대’가 체제의 근육과 신경계 역할을 하며 내부 반란의 싹을 자르고 있다. 머리를 잘라도 다시 자라나는 메두사의 생존력은 바로 이 그물망 같은 조직력에서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의 ‘자폭 스위치’와 러시아의 눈

 

전쟁의 양상은 이란이 의도한 ‘비대칭 소모전’으로 흐르고 있다. 테헤란 상공의 검은 비 아래서 이란의 저가형 샤헤드 드론은 기괴한 정밀함을 뽐낸다. 전문가들은 이 배후에 러시아의 군용 GPS인 ‘글로나스(GLONASS)’ 지원이 있다고 분석한다. 대당 3,000만 원짜리 드론 한 대를 막기 위해 미국은 50억 원에 육박하는 패트리엇 미사일을 소모해야 한다. 

 

동시에 이란은 세계 경제의 급소인 호르무즈 해협에 ‘자폭 스위치’를 올렸다. 석유 수출의 생명선인 카르그 섬이 위협받을수록 이란은 주변 산유국까지 전쟁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이려 한다.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면, 이는 곧 미국 시민의 생활비 폭등으로 이어지며 차기 선거를 앞둔 미국 행정부의 정치적 기반을 뒤흔들게 된다. 이란은 지금 미국의 ‘정권’이 아니라 미국의 ‘패권’과 ‘재정’을 야금야금 갉아먹으며 버티고 있다.

 

달러 패권과 순교의 신앙이 부딪치는 전장

 

결국 이 전쟁은 단순한 영토 분쟁이 아니라 화폐 시스템의 주도권을 둘러싼 금융 전쟁의 연장선이다. 이란이 중국과 손잡고 위안화 결제를 강화하며 ‘페트로 달러’ 체제에 균열을 내자, 미국은 달러 패권을 수호하기 위해 본보기 식 타격을 감행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세속적인 승패 계산은 시아파 특유의 ‘순교’ 정신 앞에서 무력해진다. 지도자를 ‘이맘’으로 받드는 이들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영광스러운 시작이다. 서방의 합리적인 협상 논리가 이들에게 통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검은 비가 멈춘 뒤에도 남겨질 것들에 대하여

 

테헤란의 ‘검은 비’는 유독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미사일 한 발의 제원과 유가 상승의 지표를 분석하는 차가운 머리 뒤편으로, 단 한 번도 투표권을 행사해 보지 못한 채 검은 연기를 마시고 있을 테헤란의 아이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정치는 명분을 찾고 군대는 승리를 좇지만, 정작 그 어디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패권 수호의 장부이고 누군가에게는 순교의 제단이겠지만, 결국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은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평범한 국민이다. 승리라는 단어는 백악관의 브리핑룸에서는 달콤할지 모르나, 호르무즈의 거친 파도 위에서는 비릿한 피 냄새와 가족을 잃은 이의 통곡으로 치환될 뿐이다.

 

오늘 밤, 테헤란의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간절히 읊조릴 기도가 미사일의 굉음보다 더 멀리 울려 퍼지기를 빌어본다. 평화는 상대를 굴복시키는 정밀 타격이 아니라, 서로의 공포를 이해하고 그 밑바닥에서 인간성을 발견할 때 비로소 시작되는 가냘픈 기적이기 때문이다. 부디 광기의 행진이 멈추고, 다시는 검은 비가 내리지 않는 테헤란의 맑은 아침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해 본다.

 

작성 2026.03.10 23:45 수정 2026.03.1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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