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류길홍] 표준작성전문가 자격제, 국가표준 역량을 제도화할 시점

▲류길홍/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표준은 산업경쟁력의 보이지 않는 기반이자 정책 실행의 언어다. 특히 단체표준과 서비스표준은 신산업 육성, 지역 산업 활성화, 일자리 창출과 같은 국가 정책을 현장에 연결하는 실질적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에 비해 표준을 실제로 설계하고 문서로 구현하는 표준작성 인력에 대한 제도적 관심은 충분하지 않았다.

 

현재 표준작성 인력은 일부 전문가의 경험과 참여 의지에 의존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다. 이는 표준 품질의 편차를 낳고, 제정 이후 활용이 미흡한 표준을 양산하는 원인이 된다. 이제는 표준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표준작성전문가를 국가 차원의 전문 인력으로 체계화하는 자격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표준작성전문가 자격제는 단순한 자격증 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핵심은 단순한 지식 평가를 통한 선발이 아니라, 실제 표준 작성 역량을 검증하고 관리하는 체계이어야 한다. 표준 작성은 기술적 이해뿐 아니라 정책 해석, 이해관계자 조정, 향후 활동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복합적 작업이다. 이러한 직무 특성을 반영한 자격 설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자격제는 산업인력공단에서 운영하는 것처럼 단계형 구조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차 필기시험과 2차 실기시험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1차 필기시험에서는 표준화 제도, 표준작성 방법 및 관련 기술, 이해관계자 조정 등 표준화 관련 지식을, 2차 실기시험에서는 실제 특정 주제를 부여해서 표준작성 역량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또한 자격제의 실효성은 활용 구조와의 연계에서 결정된다. 공공 표준개발 사업이나 정책 연구 과제 참여, COSD(표준개발협력기관) 지정, KS나 단체표준심의회 위원 선발 등에서 자격 보유자를 우대요건으로 반영할 경우, 자격은 명예가 아니라 실질적인 기회로 작동한다. 이는 우수 인력이 표준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선순환을 만든다.

 

자격 유지와 갱신 제도 역시 중요하다. 산업과 정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일정 기간마다 활동 실적과 보수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갱신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격제는 정적인 인증이 아니라, 국가표준 역량을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기능할 수 있다.

 

표준작성전문가 자격제는 단기간 성과를 내기 어려운 정책 과제다. 그러나 이를 외면할 경우, 표준 정책은 반복적 제정과 낮은 활용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반대로 사람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질 때, 표준은 정책 수단으로서의 힘을 갖게 된다.

 

이제는 표준을 얼마나 많이 만드는 것보다, 누가, 어떤 역량으로 표준을 설계하고 관리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표준전문가 자격제는 국가표준 정책의 다음 단계를 여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류길홍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한국품질진흥원(KSQ) 본부장

한국공공정책신문 이사

작성 2026.02.10 13:34 수정 2026.02.10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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