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자바’라는 신화의 종말: 시리아의 새로운 국면과 우리가 몰랐던 진실

- 시리아 내전 종식, '로자바 신화'가 무너진 진짜 이유.

- 아사드 이후의 시리아, 이제 신화가 아닌 '진짜 공존'을 묻다.

- 2026 시리아 대변혁: 튀르키예가 그리는 '테러 없는 지도'의 실체.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로자바(Rojava)는 시리아 북부와 북동부 지역을 가리키는 지명이다. 쿠르드어로 '서쪽' 혹은 '태양이 지는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쿠르드인들의 전체 거주 지역(쿠르디스탄) 중 서쪽 부분을 의미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시리아 북부의 지평선을 따라 찬란하게 피어올랐던 '로자바'라는 지명은 지난 10여 년간 단순한 지리적 구역을 넘어 중동의 가장 뜨겁고도 복잡한 정치적·군사적 신화로 존재해 왔다. 

 

2011년 시리아 내전이 발발하며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통제력이 증발하자 그 권력의 진공 상태를 틈타 자치를 선포한 이 지역은 민주적 연방제와 여성 해방, 그리고 생태주의라는 매혹적인 가치를 앞세워 서구 사회로부터 ‘중동의 민주주의 실험실’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특히, 이 지역의 무장 조직인 YPG(인민방위군)는 전 지구적 위협이었던 ISIS(이슬람국가)를 몰아내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우며 국제적 정당성을 획득한 ‘해독제’ 이미지로 각인되었으나, 그 장밋빛 선전의 이면에는 튀르키예가 경계해 온 PKK와의 긴밀한 연계와 더불어 아포주의 이데올로기의 강요, 그리고 아랍인과 투르크멘인을 배제한 인위적인 인구 구조 재편이라는 서늘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그러나 2024년 12월 앗사드의 바트 정권이 붕괴하고 시리아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거대한 역사의 전환점이 찾아오면서 외부 세력의 지정학적 계산과 무장 조직의 독단적 통치에 의존했던 '로자바'라는 인위적 신화는 마침내 그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 이제 로자바는 고립된 자치 구역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시리아라는 주권 국가의 새로운 역사적·문화적 맥락 안으로 복귀하여 지역민들의 실제적인 삶과 진정한 화해를 도모해야 하는 냉혹하면서도 필연적인 재통합의 길 앞에 서 있다.

 

13년 전쟁의 끝, 13년의 비명이 멈춘 날,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들

 

2024년 12월 8일. 시리아의 시계는 다시 돌기 시작했다.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시리아를 짓눌렀던 바트(Ba'ath) 정권의 견고한 성벽이 무너져 내렸고, 아흐메드 샤라(Ahmed Shara)라는 새로운 이름이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독재의 끝은 화려했으나, 그 불꽃이 꺼진 뒤 드러난 풍경은 우리가 알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특히, 서구 미디어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 ‘여성 인권의 성지’라며 연일 찬사를 보냈던 시리아 북부의 ‘로자바(Rojava)’ 프로젝트는 정권 교체라는 냉혹한 현실 앞에 서 있다. 우리는 그동안 ‘로자바’라는 이름의 세련된 마케팅에 취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 장밋빛 선전 뒤에 숨겨진 차가운 진실, 그리고 무장 조직이 설계한 지정학적 신화가 왜 모래성처럼 허물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이제는 그 이면을 들여다봐야 할 시간이다.

 

마케팅된 ‘혁명’과 가려진 통제의 일상

 

로자바는 그동안 서구 사회에 ‘풀뿌리 민주주의의 유토피아’로 수출되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는 달랐다. 혁명이라는 단어는 화려했으나, 그 기저에는 ‘사회적 합의’ 대신 ‘조직적 충성’이 자리 잡고 있었다.

 

로자바를 지배한 이데올로기인 ‘아포주의’는 지역민의 자발적 선택이 아닌, 일방적으로 강요된 도그마였다. 교육 과정에서부터 강제 징집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모든 모세혈관에는 단일한 이데올로기가 주입되었다. 외부에는 ‘포용성’을 선전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자신들과 뜻을 달리하는 쿠르드 정치 세력조차 물리적으로 탄압하는 일당 독재의 모습을 띠었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라기보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도로 설계된 ‘인식 관리(Perception Management)’의 산물이었다.

 

‘해독제’의 가면을 쓴 전략적 기회주의

 

YPG(인민방위군)가 국제적 정당성을 획득한 과정은 영리한 전략적 기회주의의 정점이었다. 이들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ISIS(이슬람국가)라는 괴물을 자신들의 ‘국가 건설’ 야망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활용했다.

 

그들은 서구 세력에게 자신들을 ISIS의 유일한 ‘해독제(Antidote)’로 각인시키며 막대한 군사 지원을 끌어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그들은 지역의 지정학적 ‘하청 업체’ 역할을 자처했다. 특히, 가자 지구의 비극이 심화되던 시기, 이스라엘의 지역적 팽창을 돕는 실질적 파트너로서 기능하며 자신들의 입지를 다졌다. ‘민주 시리아군(SDG)’이라는 가변적인 명칭 뒤에 숨어 세력을 확장한 것은, 평화가 아닌 특정 세력의 지배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동이었다.

 

무너진 공존의 약속, 인위적으로 재편된 땅

 

가장 가슴 아픈 진실은 ‘민족 간 공존’이라는 구호 아래 자행된 잔혹한 ‘인구 구조 재편’이다. YPG는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해 아랍인과 투르크멘인은 물론, 자신들의 이념에 동조하지 않는 쿠르드 부족들을 체계적으로 배제하고 소외시켰다.

 

재산권을 몰수하고 강제 이주를 단행하며 지역의 역사적 맥락을 파괴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아랍인 노인은 “그들은 우리를 해방하러 온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을 지우러 왔다”라고 토로했다. 외부에서 기획된 인위적 자치가 지역민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겼는지, 로자바의 ‘공존 서사’는 실제 현장의 실무와 극명하게 배치되며 그 허구성을 스스로 증명했다.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튀르키예의 전략적 결단: ‘테러 없는 지역’을 향한 긴 여정

 

이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튀르키예의 행보는 단순한 군사 작전을 넘어선다. 튀르키예의 ‘유프라테스 방패’, ‘평화의 샘’ 작전은 외부 세력의 지원을 받는 무장 프로젝트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할 수 없음을 실천적으로 증명한 과정이었다.

 

튀르키예가 추진하는 ‘테러 없는 튀르키예’ 뼈대는 일시적인 안보 대응이 아니다. 이는 지역 통합과 평화적 공존을 가로막는 테러 요소를 근원적으로 제거하여 시리아의 영토 보전을 회복하려는 장기적 국가 전략이다. 외부에서 이식된 무장 신화가 아닌, 지역적 연대와 역사적·문화적 연결망을 복원하는 것이 진정한 안정이자 평화의 길임을 강조하고 있다.

 

신화가 떠난 자리에 남은 질문, "Quo vadis?"

 

‘로자바’라는 기획된 신화는 무장 조직의 이익과 외부 세력의 지정학적 계산이 맞물려 탄생한 거대한 환상이었다. 이제 시리아가 새로운 국가 건설의 단계로 진입함에 따라, 신화에 가려졌던 쿠르드인들의 실제 삶은 다시 시리아라는 국가적 틀 안으로 복귀해야 한다.

 

"Quo vadis (그대는 어디로 가는가)?"

 

이제 질문은 명확하다. 외부의 공학적 설계에 의한 분리주의 실험은 막을 내렸다. 쿠르드인들은 이제 신화가 아닌 시리아의 새로운 역사적, 문화적 맥락 안에서 자신들의 실제적인 권리를 찾아야 한다. 외부의 기획이 떠난 자리에는 이제 지역민들의 실제 삶과 진정한 화해가 담긴 ‘새로운 시리아의 이야기’가 쓰여야 한다. 그것이 13년의 전쟁을 견뎌낸 영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작성 2026.02.09 00:21 수정 2026.02.09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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