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한정찬] (시) 나목의 기도

[한국공공정책신문=최진실 기자]  한정찬의 이 한 편의 시 1 "나목의 기도"


나목의 기도


겨울나기로 꼿꼿이 서
기도에 든다.

차가운 잠언의 햇살,
구름을 타고
노출된 맨살에 닿는다.

제 자리에
당당히 선
옹골찬 몸.

세상 꽁꽁 얼어도
말을 아끼는 동안
나목(裸木)
공손한 침묵으로
의연히 기도한다.

<해설>
이 시는 겨울의 나목을 하나의 인격적 존재로 세워, 드러남과 결핍의 상태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를 기도의 형식으로 보여준다. 잎을 모두 잃은 나목은 연약해 보이지만, 오히려 그 노출된 몸으로 제 자리를 지키며 서 있다. ‘차가운 잠언의 햇살공손한 침묵은 따뜻한 위로나 과장된 감정을 배제한 채, 절제된 진실만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드러낸다. 이 시에서 기도는 말이나 요청이 아니라, 견디며 서 있는 행위 그 자체다. 결국 나목은 자연의 한 장면을 넘어, 얼어붙은 세계 속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존엄을 지키는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상징이 된다.

<감상>
이 시를 읽으며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고요하지만 단단한 기운이다. 나목은 겨울이라는 극한의 시간 속에서 아무 말 없이 서 있지만, 그 침묵이 오히려 깊은 기도로 다가온다. 잎을 잃은 상태, 즉 가장 연약해 보이는 순간에조차 제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차가운 햇살과 노출된 맨살의 이미지는 혹독한 현실을 떠올리게 하지만, 시는 비애로 기울지 않는다. 대신 절제된 언어로 의연함을 선택한다. 이 시를 통해 기도란 무엇을 얻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흔들리지 않기 위해 취하는 자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나목은 그렇게 조용히, 읽는 이에게 자신의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한정찬/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한국공공정책신문

 

한정찬

시인(詩人), 동시인(童詩人), 시조시인(時調詩人)

()한국공무원문학협회원, ()한국문인협회원, ()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외

시집 한 줄기 바람(1988)29, 한정찬시전집 2, 한정찬시선집 1, 소방안전칼럼집 1

농촌문학상, 옥로문학상, 충남펜문학상, 충남문학대상, 소방문학대상, 소방문화상, 충청남도문화상 외

작성 2026.02.07 23:12 수정 2026.02.07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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