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이채윤] 치유관광시대, 지역 먹거리는 단순한 향도음식이 아니라 치유자원이다.

▲이채윤/사)서울치유협회 회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최진실 기자]  치유관광 산업법이 통과됐다고 해서 현장이 저절로 바뀌진 않는다. 단순히 숲길을 걷고 스파에 몸을 담근다고 해서 무너진 몸의 균형이 회복될까? 치유음식 전문가로서 단언컨대, 진정한 치유의 시작과 끝은 결국 '무엇을 몸에 넣느냐'에 달려 있다. 화려한 볼거리로 치장된 관광 상품들 사이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치유제, 바로 '음식' 이야기다.


치유관광 산업법 시행령에 따라 우수치유관광시설인증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관광지에서의 식사는 그저 '인증샷'을 위한 소품이거나 허기를 채우는 수단에 불과했다. 지난해 여름, 유명 치유 관광지라 하여 제철 지역 특산물이 들어간 메뉴를 기대하고 갔으나 서울에서 흔히 먹을 수 있었던 재료와 메뉴로 실망했던 경험이 있다. 특산물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지만, 정작 식탁 위에는 설탕과 화학조미료로 범벅된 자극적인 메뉴들이 올라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치유가 아니라 도리어 몸에 염증을 더하는 행위다.


음식은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다. 숲이나 풍경은 몸 밖에서 우리를 위로하지만, 음식은 몸 안으로 들어와 직접적으로 세포를 구성하고 생리적 변화를 일으키는 유일한 물질이다. 어떤 식재료를 선택하고, 조리과학적으로 영양소를 잘 유지할 수 있는 조리법에 따라 섭취 후 혈당 반응과 호르몬 분비가 달라진다. 치유관광에서 음식을 '부속품' 취급해서는 안 되는 명백한 이유다.


이제 막연한 '플랫폼' 타령은 그만하자. 필요한 것은 '밭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의 시간을 줄이는 구체적인 콜드체인 시스템이다. 지자체는 거창한 센터를 짓는 대신, 지역 농부의 밭에서 갓 뽑은 채소가 산화되기 전에 여행자의 식탁에 오를 수 있는 유통망부터 점검해야 한다. 


이것은 막연한 믿음이 아니라 과학이다. 수확 직후의 제철 식재료는 가공식품과 비교할 수 없는 활성산소 제거 능력을 가진다. 긴 유통구조로 수입되는 식재료와 달리 로컬 푸드는 식재료가 가진 생명력이 최고조일 때 섭취할 수 있다. 이것이야 말로 가장 강력한 항노화제이자 면역 증강제다.


탄소 중립 같은 거창한 구호를 굳이 앞세울 필요도 없다. 내 몸에 가장 순하고 안전한 식재료를 찾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역 농산물, 저탄소 식단으로 귀결된다. 장거리 이동을 버티기 위한 왁스 코팅이나 방부제 처리가 필요 없는 식재료를 선택하는 것, 그에 따른 다양하고 체계적인 레시피 개발 등, 그것이 나와 지구를 동시에 살리는 가장 현실적인 처방전이다.


치유관광의 성패는 화려한 리조트 시설이 아니라, 여행이 끝난 뒤 내 몸이 기억하는 감각에 달려 있다. 속이 더부룩한 여행은 결코 치유가 될 수 없다. 매 끼니 접시 위에 오르는 음식이 내 세포를 깨우는 약이 되어야 한다. 지역 식재료를 단순한 '볼거리'가 아닌, 가장 확실한 '치유 자원'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 이제는 밥상부터 갈아엎어야 할 때다.



이채윤 

(사)서울치유협회 회장

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필진




작성 2026.02.06 19:43 수정 2026.02.0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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