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왜 하필, 12월 25일인가?

-성경에도 없는 크리스마스 날짜, 도대체 누가 정했나?

-빛과 어둠의 대역전극: 크리스마스 절기 탄생의 비하인드 스토리.

-태양을 삼킨 아기 예수: 이교도의 축제가 빛의 절기가 되기까지.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고, 거리에 하나둘 화려한 조명이 켜지기 시작하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안다. 그 계절이 왔음을. 신앙의 유무를 떠나 전 지구촌이 들썩이는 거대한 축제, 크리스마스다. 캐럴이 울려 퍼지고 선물 상자가 오가는 이 들뜬 분위기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주 근원적인 질문 하나를 던져본다. 도대체 이 거대한 절기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2천 년 전 유대 땅 베들레헴의 초라한 마구간에서 일어난, 지극히 작고 조용했던 한 아기의 탄생이 어떻게 인류 최대의 기념일이 되었는지, 그 굽이진 역사의 강줄기를 영혼의 눈으로 더듬어본다.

 

이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먼저, 우리의 고정관념부터 깨뜨려야 한다. 성경 그 어디에도 예수가 12월 25일에 태어났다는 기록은 없다. 심지어 초대 교회 성도들은 예수의 탄생일을 기념하는 데 큰 관심이 없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탄생’이 아니라 ‘죽음과 부활’이었다. 당시 로마 황제들이나 이교도들이 생일을 요란하게 기념하는 문화에 대한 반감도 있었거니와, 초기 기독교인들에게 진정한 구원의 완성은 십자가와 빈 무덤 사건, 즉, 부활절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수백 년 동안 교회력의 중심은 오직 부활절이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분위기가 바뀐 것일까. 시간이 흐르고 신학적 깊이가 더해지면서, 교회는 ‘성육신(Incarnation)’이라는 엄청난 신비에 눈을 뜨게 된다. 전능하신 신이 유한한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내려왔다는 사실, 그 겸손과 사랑의 극치에 대한 경이로움이 커졌다. 단순히 위대한 스승이 태어난 날이 아니라, 창조주가 피조물의 역사 속으로 틈입해 들어온 그 결정적 순간을 기념해야 한다는 영적 갈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예수가 누구인가에 대한 치열한 교리적 논쟁 끝에, 그의 신성과 인성을 모두 긍정하게 되면서 탄생의 의미는 더욱 무거워졌다.

 

여기서 역사의 아주 흥미로운, 어쩌면 섭리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바로 날짜의 선정이다. 왜 하필, 12월 25일인가? 이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하고도 흥미로운 이야기는 당시 로마의 문화적 배경과 맞닿아 있다.

 

고대 로마 세계에서 12월 말은 가장 어둡고 긴 밤이 지나고, 다시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冬至) 무렵이었다. 사람들은 이 시기에 농경신 사투르누스를 기리는 ‘사투르날리아’ 축제를 벌이며 흥청망청 즐겼고, 특히, 12월 25일은 ‘정복당하지 않는 태양신(Sol Invictus)의 탄생일’로 기념되었다. 세상이 가장 깊은 어둠 속에 잠겼을 때, 태양이 다시 힘을 얻는 것을 축하하는 이교도들의 거대한 축제였다.

 

초기 교회는 이 거대한 문화적 흐름 앞에서 기막힌 전략적 선택을 한다. 이교도의 축제를 금지하고 배척하는 대신, 그 날짜에 새로운 기독교적 의미를 부여해 버린 것이다. 마치 낡은 그릇에 새 술을 담듯 말이다. 교회는 세상을 향해 이렇게 선포하는 셈이었다. “너희가 하늘의 물리적 태양을 숭배하며 기뻐하느냐? 우리는 그 태양을 만드신 분, 어둠에 잠긴 인류의 진정한 빛이 되신, ‘의의 태양’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념하노라.”

 

이것은 단순한 문화적 타협이 아니었다. 가장 깊은 어둠이 세상을 덮을 때 참 빛이 오셨다는, 성탄의 신학적 의미를 극적으로 드러내는 상징적인 조치였다. 그리하여 4세기경부터 로마 교회를 중심으로 12월 25일이 성탄절로 지켜지기 시작했고, 이는 곧 전 세계 교회로 퍼져나갔다. 이교도의 태양신 축제가 진정한 빛이신 그리스도의 축제로 세례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는 단 하루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았다. 인류의 구원이라는 거대한 드라마를 단 하루에 다 담아낼 수는 없었기에, ‘절기(Season)’라는 개념이 탄생한다. 아기 예수의 오심을 기다리며 마음을 정돈하는 4주간의 ‘대림절(Advent)’이 성탄절 앞에 놓였다. 이는 구약 시대부터 메시아를 기다려온 인류의 오랜 갈망을 우리 영혼에 투영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성탄절을 지나, 동방 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찾아와 경배함으로써 그리스도가 이방 세계에 공포된 것을 기념하는 1월 6일 ‘주현절(Epiphany)’까지, 크리스마스는 하나의 긴 호흡을 가진 영적 여정이 되었다. 이 기간을 ‘성탄 절기(Christmastide)’라 부른다. 이 절기를 통해 우리는 기다림의 설렘, 탄생의 기쁨, 그리고 세상으로 퍼져나가는 복음의 빛을 순차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오늘날 상업주의에 물든 크리스마스의 화려함 속에서 우리 교회는 가끔 길을 잃는다. 그러나, 이 절기가 만들어진 과정을 깊이 묵상해 보면, 그 중심에는 화려한 조명이 아닌, 춥고 어두운 마구간의 ‘겸손’이 자리 잡고 있음을 깨닫는다. 신이 인간의 가장 낮고 연약한 모습으로 오셨다는 이 역설적인 진리야말로 크리스마스의 핵심이다.

 

역사는 이 절기가 인간의 필요와 문화적 토양 위에서, 그러나,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 가운데 빚어졌음을 보여준다. 이교도의 태양 축제를 빛의 축제로 바꾼 그 담대함은, 오늘 우리의 세속적인 문화 속에서도 여전히 성탄의 참 의미를 빛낼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그러니, 모든 교회와 성도들은 크리스마스의 들뜬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 수 세기에 걸쳐 신앙의 선배들이 다듬어온 이 정교한 절기의 의미를 되새기며, 내 영혼의 가장 낮고 어두운 빈방에 참 빛으로 오시는 그분을 조용히 맞아들이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날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분이 오셨다는 사실, 그리고, 그 사실이 오늘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오느냐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매년 12월, 다시 베들레헴의 기적 앞에 서야 하는 이유다.

 

작성 2025.12.25 02:59 수정 2025.12.25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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