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71화 해외에 있는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사랑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우리는 너무 쉽게 ‘당연함’ 속에 산다...소중하다는 표현도 아끼게 된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 소중함을 더 자주, 더 솔직하게 전하겠다고.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Unsplash]

 

퇴근길에서 마주한 한 장면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만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근무하는 회사에는 한국인 직원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 역시 함께 일하고 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순간도 많지만, 표정과 몸짓, 그리고 일에 임하는 태도만으로도 우리는 종종 서로의 마음을 읽는다.

 

지난주 퇴근길, 회사 밖으로 나오는 길에 외국인 노동자 한 분이 발걸음을 멈춘 채 휴대전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심코 스친 시선 너머로 영상통화 화면이 보였다. 화면 속에는 어린 딸아이의 얼굴이 있었다. 

 

아이는 무언가를 열심히 이야기하고 있었고,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환한 웃음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 장면 속에는 설명이 필요 없는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분명한 ‘사랑’이었다.

 

15분이면 닿는 집, 수천 킬로미터의 거리

나는 퇴근 후 집까지 걸어오면 15분이면 도착한다. 문을 열면 아내가 있고, 아들이 있다. 하루 있었던 일을 나누고, 얼굴을 마주 보며 웃는다.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한 풍경이다. 

 

그러나 그날 영상통화를 하던 그분에게 집은 휴대폰 화면 속에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고, 손을 잡을 수도, 안아줄 수도 없다.

 

한국에서의 하루는 노동과 책임으로 채워지지만, 진짜 삶은 언제나 먼 곳에 있다. 아이의 성장을 직접 보지 못한 채, 아내의 하루를 직접 들어주지 못한 채, 오직 화면 속에서만 가족을 만나는 삶. 나는 그 장면 앞에서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다.

 

당연함 속에 가려진 감사

그날 이후 나는 내 일상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가족과 함께 밥을 먹는 일, 아이의 얼굴을 직접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 아내와 나란히 앉아 하루를 정리하는 일. 이 모든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새삼 또렷하게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너무 쉽게 ‘당연함’ 속에 산다. 늘 곁에 있으니 고맙다는 말도 미루고, 소중하다는 표현도 아끼게 된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당연한 일상 하나를 위해 오늘도 타국에서 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그 사실 앞에서 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그리움이 만들어내는 삶의 무게

그 외국인 노동자 역시 오늘 하루를 가족을 떠올리며 견뎌냈을 것이다. 아이의 목소리, 화면 너머의 작은 손짓 하나에 하루의 피로를 잠시 내려놓았을 것이다. 나는 그 짧은 통화가 그에게 하루를 살아낼 힘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그리움은 때로 삶을 무겁게 하지만, 동시에 사람을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에 버틸 수 있고,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그날 퇴근길에서 내가 마주한 것은 노동자가 아니라, 한 아이의 아버지였고, 한 가정의 중심이었다.

 

나의 일상이 누군가의 기도가 될 때

집으로 걸어오는 길이 그날따라 유난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문을 열고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아내의 얼굴을 마주하는 그 순간,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감사의 말을 건넸다. 오늘도 이렇게 함께할 수 있음에, 이렇게 같은 공간에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음에.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그리움을 안고 살아간다. 누군가는 가족을 곁에 두고도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고, 누군가는 가족을 그리워하며 하루를 버텨낸다. 이 차이 앞에서 나는 오늘도 하나를 배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것이 얼마나 귀한지 말이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지금 내 곁의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미루고 있지는 않은가?

 

사랑은 멀어질수록 선명해지고, 가까울수록 더 지켜야 할 것이 된다.

가족이 곁에 있다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축복이다. 그러나 그 축복은 스스로 돌보고 표현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지닌다. 오늘도 나는 너무 쉽게 지나쳐온 일상 앞에서 다시 마음을 고쳐 앉는다. 그리고 다짐한다.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 소중함을 더 자주, 더 솔직하게 전하겠다고.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5.12.10 13:28 수정 2025.12.1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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