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미국의 우크라이나 28개 조항 평화 계획에 맞서 대안 제시

-제네바의 호수 위에 띄운 두 개의 종이 배: '거래'와 '정의' 사이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 미국 vs 유럽, 무엇이 다른가.

-왜 입장이 다를까? 두 제안에 담긴 속 뜻.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스위스 제네바의 레만 호수는 언제나처럼 고요하다. 수면 위로는 알프스의 만년설이 비치고, 거리에는 세련된 시계태엽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지만 며칠 전, 이 평화로운 도시의 한 회담장 안 공기는 바깥 세상과는 전혀 달랐다. 

 

테이블 위에는 수천 명의 목숨과 한 국가의 운명이 걸린 서류들이 묵직하게 놓여 있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그리고 유럽의 대표단이 마주 앉은 그곳에는 보이지 않는 총성이 오갔다.

 

우리는 먼 타국에서 전해져 온 이 협상 테이블의 소식을 접하며, 문득 솔로몬의 재판을 떠올렸다. 아이를 반으로 나누어서라도 소유권을 주장하는 가짜 어미와, 차라리 아이를 포기하더라도 생명을 살리려는 진짜 어미의 심정. 지금 우크라이나라는 상처 입은 아이를 두고, 강대국들은 저마다의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미국이 먼저 카드를 꺼냈다. 그들이 내민 최근 '28개 조항의 평화 계획'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냉철한 상인(Merchant)의 제안서와 같았다. "전쟁을 끝내자. 그러기 위해 우크라이나 군대 규모는 60만 명으로 제한하자. 그리고 솔직해지자. 지금 러시아가 점령한 땅, 현실적으로 되찾기 힘들지 않은가? 그 사실을 인정하자." 미국의 목소리에는 피로감이 묻어 있었다. 빨리 이 지겨운 싸움을 끝내고, 장부를 덮고 싶어 하는 조급함마저 느껴졌다. 그들에게 평화란 '더 이상의 손해를 막는 손절매(Stop-loss)'처럼 보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재건 비용에 대한 그들의 계산법이었다. 동결된 러시아 자산 중 1,000억 달러를 투입해 재건 사업을 하되, 그 사업은 미국이 주도하고 수익의 50%는 미국이 가져가겠다는 제안. 무너진 남의 집을 다시 세워주면서, 그 공사비의 절반을 이익으로 챙기겠다는 말이다. 이것은 구원인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비즈니스인가. 씁쓸함이 입안을 맴돈다.

 

그때, 침묵하던 유럽이 입을 열었다. 영국, 프랑스, 독일의 대표단이 내민 대안은 미국의 그것과는 결이 달랐다. 그들은 우크라이나의 옆집에 사는 이웃이다. 불이 나면 불똥이 자기 집으로 튀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다. "아니오, 60만 명으로는 부족합니다. 평화 시기라 해도 최소 80만 명은 있어야 합니다. 저 거대한 곰(러시아)을 막아내려면 울타리는 더 높아야 합니다."

 

유럽의 제안서에는 '정의(Justice)'에 대한 갈망이 담겨 있었다. 그들은 영토 문제에 대해 단호했다. 지금 당장 땅을 되찾지 못할지언정, 서류상으로 그 땅을 러시아의 것이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접촉선에서 협상을 시작한다'는 그들의 문구는, 언젠가는 반드시 잃어버린 것을 되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특히 재건 비용에 대한 유럽의 태도는 단호했다. "러시아가 깬 그릇은 러시아가 다 물어내야 한다." 그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입힌 피해를 완전히 보상할 때까지 동결된 자산을 묶어두고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기에는 미국의 제안처럼 '수익의 50%'를 떼어가는 셈법 따위는 없었다. 대신, 무너진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다시 세우고, 가능한 한 빨리 선거를 치러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겠다는 목표가 적혀 있었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안보 보장'이라는 항목에서 드러났다. 미국은 모호한 태도를 보였지만, 유럽은 우크라이나에게 '나토(NATO) 헌장 5조'와 유사한 수준의 확실한 방패를 쥐여주길 원했다. "한 나라가 공격받으면 모두가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한다." 이 약속을, 아이러니하게도 유럽은 미국이 직접 보증해 주기를 요구했다.

양측의 핵심 쟁점 비교 표 (중동디스커버리 제공)

회담장을 나온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비서실장은 "건설적이었다", "진전이 있었다"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 숨겨진 치열한 줄다리기를 우리는 안다. 결국 이 모든 논의의 마침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마주 앉는 그날 찍힐 것이다. "두 정상이 만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합의된 것이 아니다"라는 한 관리의 말은, 지금의 평화가 얼마나 살얼음판 위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복잡한 외교 문서를 덮으면서,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을 돌아본다. 우리 역시 매일 수많은 협상과 타협 속에서 살아간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관계 속에서 우리는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미국의 방식처럼 '적당한 선에서의 타협'을 선택할 때가 많다. 손해를 덜 보는 쪽으로, 빨리 시끄러운 상황을 종료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그것이 '현실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회복은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에서 오지 않는다. 유럽의 제안이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는, 비록 더 힘들고 오래 걸릴지라도 '원칙'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피해 입은 자가 온전히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 진짜 평화다.

 

60만 명의 군대와 80만 명의 군대. 1,000억 달러의 사업 자금과 완전한 배상. 이 숫자들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 그것은 '거래(Deal)'로 전쟁을 끝내려는 자와, '정의(Justice)'로 평화를 세우려는 자의 시각 차이다.

 

우크라이나의 겨울은 춥다. 지금도 참호 속에 있는 병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인들의 화려한 서명이 담긴 종이조각이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시는 당신들을 홀로 두지 않겠다"는 확실한 약속, 그리고 무너진 집을 내 손으로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희망이다.

 

제네바의 협상 테이블 위에는 여전히 잉크가 마르지 않은 두 개의 제안서가 놓여 있다. 부디 그 결과가 강대국들의 이익을 나누는 '전리품 분배'가 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대신, 고통받는 한 민족의 눈물을 닦아주고, 무너진 성벽을 다시 거룩하게 세우는 역사가 되기를 바란다.

 

작성 2025.11.24 12:45 수정 2025.11.2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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