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칼럼] 50화 자서전 프로그램을 구성하면서 내 옛시절을 돌아보다

보통의가치 칼럼, '일상에서 배우다'

기록은 기술이 아니라 치유

기억을 마주하는 용기가 곧 앞으로 나아갈 힘

▲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Unsplash]

 

참여자를 위해 시작했지만, 결국 나를 향한 여정이었다

자서전 프로그램을 구성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참여자들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전에, 나부터 써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직접 내가 만든 활동지를 꺼내 들고, 차 한 잔을 곁에 두었다. 오랜만에 아주 조용한 시간이었다. 펜을 들자, 머릿속 어딘가에서 묵혀 있던 기억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유년기의 나, 청소년기의 나, 청년기의 나. 그 시절의 내가 조용히 문을 두드리는 듯했다.

 

유년기의 기억, 그리움의 냄새

처음 마주한 장면은 유년기였다. 창고 구석의 낡은 앨범을 꺼내 한 장씩 넘겼다. 사진 속 어린 나는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 뒤에는 늘 고단한 부모님의 그림자가 함께 있었다. 식당 일을 마치고 늦은 밤 귀가하던 부모님을 기다리며 집 앞 골목에서 바라보던 어둠. “언제 오시려나…”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때의 공기가 아직도 선명했다.

 

사진 속의 미소는 천진했지만, 그 속엔 외로움이 섞여 있었다. 잠시 펜을 멈추고 앨범을 바라보았다. 그리움이 밀려왔고, 그 감정은 시간의 거리에도 불구하고 낯설지 않았다. 어쩌면 그 시절의 외로움이 지금의 나를 단단하게 만든 근원일지도 모른다.

 

청소년기의 상실, 그리고 다짐

두 번째로 꺼낸 기억은 청소년기였다. 그 시절 나는 연이은 가족의 이별을 경험했다. 4년 연속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냈다. 삶은 무게를 더했고, 마음은 점점 단단해지려 애썼다. 상실의 연속 속에서 “달라지고 싶다”는 다짐이 생겼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나는 상처투성이였지만, 동시에 놀라울 만큼 성숙했다. 잃어버린 것보다 남겨진 것에 집중하려 했고, 매일을 버텨냈다. 그 버팀의 시간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어냈다. “그 시절의 나, 참 잘 버텼다.” 활동지 위에 그렇게 한 문장을 적으며 오랜만에 스스로를 다독였다.

 

청년기의 설렘과 불안, 그리고 성장

세 번째는 청년기였다. 대학 시절의 자유로움, 첫 사회생활의 긴장감, 그리고 지금의 아내와 함께했던 연애의 기억들이 뒤섞여 떠올랐다. 세상에 나아가는 두려움 속에서도 설렘이 있었고, 관계 속에서 배우며 성장했다. 그 시절의 나는 늘 불안했지만, 동시에 가장 빛나던 시절이었다. 청춘의 불완전함은 결국 삶의 색을 더 짙게 만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불안조차 감사하다.

 

기록은 기술이 아니라 치유였다

활동지를 채워가며 깨달았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누군가를 위한 수업’이 아니었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내 삶을 정리했고, 잊고 있던 나를 만났다. 펜 끝에서 흘러나온 문장들이 과거의 나를 위로했다. “수고했어.” 그 한마디가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렸다.

 

자서전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일은 나 자신을 치유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삶의 단면들을 다시 꿰어내며,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다. 돌아보는 일은 멈추는 일이 아니라, 다시 나아가기 위한 준비였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삶을 돌아보는 일은 때로 아프지만, 그 아픔 속에서 비로소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기억을 마주하는 용기가 곧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기도 한다. 나는 지금 내 안의 ‘옛 시절’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있는가?

 

36년의 삶을 돌아보며 확신하게 되었다.
평범했지만 결코 허투루 살지 않았고, 모든 여정은 지금의 나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 삶은 때로 고되고, 때로 찬란했지만, 그 모든 순간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져 있다. 자서전 프로그램은 기록의 기술이 아니라 마음의 여정이었다. 그 여정을 통해 나는 다시 한번 내 인생을 배우고, 스스로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누군가를 위한 결과물이기 이전에, 나 자신에게 건네는 가장 따뜻한 선물이다.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5.11.07 16:35 수정 2025.11.07 16:42

RSS피드 기사제공처 : 보통의가치 미디어 / 등록기자: 김기천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NEWS 더보기
정·재계 뒤흔든 역대급 민간 결사체 떴다… 사단법인 더나은대한민국
사회공헌만 하시겠습니까260여 개 언론에 기록하시겠습니까 #ESG #ES..
KOEIA 중소기업 뉴스 포커스 | 영인에스티 AI-MRV 탄소중립 플랫..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1)
라오스로 떠나는 청년들, 아동 복지 패러다임 바꾼다
포항 상권 살리는 한동대 AI 창업 지원 사업 가동
AI 보안 패러다임 바꾼다, 에이아이딥 차세대 솔루션 공개
AI로 불법 현수막 꼼짝 마! 지자체 CCTV와 차량이 실시간 자동 추적..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미용실, 무신고 유사 의료행위 심각… 포상금 최대 2..
대한민국을 함께 바꿀 기업 당신은 무엇으로 기억되겠습니까 #CCBS #공..
비오는 지금. 주님의 약속을 기다려봅니다. #찬양 #사랑 #예수님 #..
6근(눈귀코혀몸뜻)×6경(색성향미촉법)×3세(과거현재미래), 태양직경은 ..
#이용사자격증 #인천부평이용학원 한번에 합격했어..
ai365news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좋은사람 #행복나눔 #사랑나눔..
AI 매칭엔진 도입 2026 충청권 ICT 취업박람회 개최
국회 조형물 거장 정보원 작가, 50년 베일 벗는다...성북서 역대급 전..
반도체 끝났다고? 모건스탠리가 폭로한 하반기 주식 대이동 시그널
'제2회 전국 우리소리 경창대회' 종로에서 화려한 개막
자연의 모든 것이 대립과 조화로 움직인다고 보았기때문. 짝수는 균형과 안..
보양식을 먹어야 하는 날~。#jejuolletrail #ssicho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9]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0)
경기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경작 사후조사 착수 | 부동산 투기 철퇴 ..
단 하나의 빛이 세상을 바꿨습니다 #선한영향력 #CCBS #칭찬위원연합회..
당 고종이 신라를 공격하려 한다는 군사정보를 신라 문무왕에게 급히 알리..
허동보의 일히일비(19) - 가려 먹는다고 큰 일이 나진 않아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9)
유튜브 NEWS 더보기

브랜드 가치를 넘어선 존재의 거룩한 광휘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1)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초청토론회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9] - 이스라엘 3대 절기와 그 의미

두려움을 신뢰로 바꾸는 관계의 언어학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100)

상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보장특구사업 상리마을 주민리더 도쿄탐방기

봄 (Feat.황정호)

흩어진 말들을 모아 하나의 질서로 세우는 법 -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9)

[50 Movements] #9 쇼스타코비치 왈츠 2번 | 리처드 용재 오닐 & 디토 오케스트라 | Shos...

병원 광고비, 어디서 새고 있습니까? 팀퍼포먼스 정용훈 대표가 말하는 AI 병원 마케팅

믿음의 선배들(8) - 타협을 모르는 순교자, 로마의 히폴리투스

개인vs법인사업자 장단점과 법인전환 절세방법(feat. 가족법인과 영업권으로 절세하기)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8] - 사라진 열 지파, 흔적 찾기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으로 읽는 현대 사회(98) 욕망의 수렁에서 건져 올린 영혼의 정교한 매뉴얼

#쏠롱구스노래들024 #SOS024 #광야 #Wilderness #정원진 #solongus #CCM #car...

HAUSER - Oblivion (Piazzolla)

칭찬사랑나눔 칭찬합시다축제시작된다. #칭찬문화

은혜와 감동이 물결치는 찬양 - 삼일노회 수련회

믿음의 선배들(7) - 열정의 신학자,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게네스

박상돈 교수의 좌충우돌 성경신학[17] - 피 터지는 성전논쟁, 그 시작은?

캔바는 디자이너의 업무를 어떻게 바꾸었을까? l Canva 팝업 행사 디자인 과정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