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뉘칼럼] 좀비딸이 던진 질문: 우리는 정말 포용할 준비가 되었나?

위기 속에 드러나는 공동체의 민낯

문화적 우월감이 만드는 보이지 않는 벽

포용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회적 조건

좀비딸 포스터(제공: NEW)

감염자의 얼굴에 비친 우리 사회의 그림자
 

“감염자는 사회의 적인가, 아니면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인가?”
영화 좀비딸은 단순한 좀비물로 보기에는 불편할 만큼 현실의 우리를 닮아 있다. 코로나 시기, 우리는 감염자와 비감염자 모두가 서로를 경계하며 살아갔다. 누군가는 격리의 문 밖에서, 또 누군가는 직장에서, 혹은 학교에서 보이지 않는 벽에 갇혔다. 영화 속 감염자들은 치료 가능성보다 위험성이 먼저 언급되며, 종국에는 배제와 죽음을 맞는다. 그것은 허구의 장면 같지만, 사실 우리 사회가 위기 상황에서 작동시키는 오래된 매뉴얼에 가깝다.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은 종종 ‘존재를 지워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배제의 일상화: 아동, 이주민, 성소수자, 그리고 '다른 존재'
 

좀비딸을 보며 특히 마음에 남은 것은 가족 내에서조차 벌어지는 포기와 배제다. 자녀가 ‘감당할 수 없는 존재’가 될 때, 아동학대나 방임이 그것을 대체해왔다. 연화가 감염된 애인을 죽인 장면은 그 선택이 단순히 낯선 존재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가까운 관계조차 위험과 부담으로 규정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나온 것처럼 보인다. 이 현상은 감염이나 질병에 국한되지 않는다. 발달장애 아동,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 보호 시설의 청소년, 그리고 성소수자들 역시 종종 사회적 책임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그들은 자신이 만든 잘못이 아니라는 이유로도, ‘다름’ 자체로도 배제를 당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배제가 너무 익숙해져서 누구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K-포용의 역설, 동화인가 공존인가
 

우리는 다문화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공존’보다 ‘동화’를 선택한다. 다양한 문화를 포용한다고 하면서도 결국 주류 문화에 맞춰 변할 것을 요구한다. 영화 속 정환이 수아를 지키려는 마음에는 분명 포용이 있지만, 사회 전체가 그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그 포용은 오래 버티기 힘들다. ‘K-문화’라는 자부심이 무의식적으로 ‘우리 방식이 정답’이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는 지금, 포용은 제도나 정책의 문제를 넘어 문화적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환과 수아가 보여준 변화의 가능성
 

영화의 마지막까지 정환은 감염된 수아를 버리지 않는다. 이 선택은 단순한 가족애를 넘어, ‘다름’을 함께 살아갈 존재로 인정하는 태도다. 포용은 이렇게 관계 속에서 시작된다.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나 또한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감염병 대응 매뉴얼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와 함께 살아갈 상상력과 실천력이다. 정환과 수아의 이야기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좀비딸은 좀비 영화의 껍데기를 쓰고, 우리 사회의 배제 메커니즘과 포용의 한계를 날카롭게 비춘다. 감염자, 아동, 이주민, 성소수자… ‘우리’와 다르다고 여겨지는 이들을 향한 태도는 위기 상황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우리는 정말 포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같아져야만’ 받아들이는 것인가. 앞으로의 선택은 우리 몫이다.

 

 

 

작성 2025.08.09 12:16 수정 2025.08.09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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